산업혁명은 말그대로 산업계 전반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사람이 하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고 육체노동자들은 결국 기계로 대체됐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혁명’도 과거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AI가 단순 반복업무부터 대체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전문직의 핵심 영역을 먼저 침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2천 명 넘게 해고하고 코드를 설계하는 업무영역의 절반 이상을 AI에 맡겼습니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고도의 전문교육과 높은 연봉을 받던 핵심 인력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영역인 회계법인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감사와 세무업무 대부분을 AI가 처리할 수 있게 되자 수천 명의 젊은 인재를 기초 업무에 투입해 수익을 내던 피라미드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회계회사 사례지만 조만간 우리에게도 닥칠 현실입니다. 이런 변화는 법률, 금융, 의료 등 다른 전문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드’를 만든 엔트로픽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5년 안에 사회 초년생이 맡았던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말이 과장이 아닌 게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미국 가입자들 84%가 자기 일자리가 10년 안에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블루칼라(현장노동직), 화이트칼라(사무직)로 나누던 직군에 ‘크롬칼라’라는 새로운 직군이 더해졌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로봇이 대개 ‘크롬’ 재질인 것에서 착안해 로봇을 하나의 ‘직군’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크롬칼라의 등장은 현실에 무섭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경력사다리’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주니어 직원이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기초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쌓아 성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제는 굳이 사람을 뽑아서 훈련시킬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AI가 ‘경력사다리’의 맨 아랫단을 없앤 것이지요. 이건 신입사원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막혔다는 걸 의미합니다.
결국 사회구조적 양극화가 공고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소수의 기업과 자본가가 수익을 독식하고 대다수 시민은 경제시스템의 구조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사회를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전 구성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AI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 같은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지만 별로 공감이 안 됩니다.
지금 가는 길에서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완전히 다른 방향의 엉뚱한 목적지에 닿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을 늦출 수는 없지만 그에 따른 혜택과 영향이 소수의 이익에 집중되지 않도록 각도를 조정하는 것이 지금 찾아야 할 방향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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