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시대, 익명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한 ‘조건만남’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용돈, 선물 등을 조건으로 만남을 제안하거나 응하는 형태의 조건만남은 명백한 성매매에 해당하며,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회성 실수라고 보기엔 그 위험성과 법적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빌미로 한 협박과 금품 갈취 같은 2차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덫'에 빠진 피해자들은 범죄에 연루됐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조차 주저하게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조건만남은 주로 채팅앱이나 SNS, 일부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성매매와는 달리, 특정 장소나 업소가 아닌 개인 간에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형태가 많아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다. 하지만 형식이나 방식과 무관하게, 현행법상 조건만남은 명백한 불법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매매 알선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조건만남을 제안한 사람이나 금전을 지급한 사람, 성을 판 당사자 모두 각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이 연루된 경우 처벌 수위는 훨씬 더 높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처벌 외에도 신상정보 공개나 취업 제한 등 부수적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조건만남 자체가 더 큰 범죄의 도구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조건만남을 빌미로 채팅이나 영상통화 등을 유도한 뒤 상대방의 신상정보나 대화 내용을 확보해 “불법 행위를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협박 및 갈취 행위는 사안에 따라 강요죄, 사기죄, 협박죄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이지만, 피해자들은 더 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선뜻 신고를 하지 못하곤 한다.
중요한 사실은, 협박에 휘둘려 침묵하거나 무작정 숨기려 해서는 상황이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성매매 미수’에 해당하며, 상대가 성인이었다면 사기나 협박을 당한 피해자로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협박에 겁먹기보다는 냉정하게 사태를 정리하고 증거를 확보한 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채팅 내역, 계좌이체 내역, 상대방의 프로필이나 연락처 정보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정리한 뒤, 최선의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문제를 숨길수록 상황은 커지고, 대응이 늦을수록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번질 수 있다.
법무법인 YK 의정부 분사무소 이승엽 변호사는 “조건만남은 그 자체로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한 행위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악용한 협박이나 금품 갈취는 또 다른 범죄이며, 피해자가 아무런 대응 없이 감내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본인의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협박이나 사기 피해에 대해서는 선을 구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