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가을이 깊어가며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는 요즘, 잊고 있던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소설이 출간됐다. 소설가 이경희의 신작 『칠성제화점』(도서출판 북산)은 구두 한 켤레에 담긴 약속과 사랑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손의 온기’를 전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이 작품은 구두를 만드는 일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오래된 공방의 냄새, 가죽을 다루던 손끝의 감각, 서로를 기억하던 시절의 따뜻한 풍경을 정갈하게 복원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960년대 초, 병든 엄마에게 구두를 사주겠다고 다짐한 소년 순동이다. 세월이 흘러 제화공이 된 그는 한 땀 한 땀 구두를 만들며 ‘일을 대하는 마음’의 의미를 배운다. 구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약속이자, 세월을 견디게 하는 마음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칠성제화점』이 복원하려는 것은 구두의 기술이 아니라, 그 시절 삶을 지탱하던 진심과 정직함이다. “손으로 일하던 시절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고 싶었다.” 작가 이경희의 말이다.
이경희 작가는 『모란시장』, 『부전나비 관찰기』, 『불의 여신 백파선』 등에서 약자와 주변인의 삶, 그리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그려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시대의 온기와 일 속에 깃든 사람의 마음에 주목했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오래된 시장의 풍경과 사람 냄새, 그리고 세월 속에 남은 따뜻한 목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칠성제화점』은 한 소년의 성장담이자, 우리가 잊어버린 정서를 다시 불러내는 이야기다.
도서출판 북산은 이 책을 “구두에 담긴 약속처럼, 세월을 견디게 하는 따뜻한 위로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