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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시간에 쫓기면 걸작이 나온다

입력 : 2025-10-29 08:23

[신형범의 千글자]...시간에 쫓기면 걸작이 나온다
작가들은 영감을 어떻게 얻을까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루틴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오전까지 원고지 20매 분량의 글을 씁니다. 오후 정해진 시간에 10km를 달리고 음악감상과 독서를 한 다음 저녁 9시에는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루틴을 3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습니다. 하루 20매를 쓰면 한 달에 600매, 소설 한 권 정도의 분량이 됩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매일 6시간 글쓰기를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전 8시부터 낮 12시30분, 저녁 6~7시부터 다시 두 시간 정도. 글이 아무리 잘 써져도 이 시간과 분량을 넘기지 않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긴 하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규칙성과 끈기, 이 두 가지를 잘 훈련하면 더 빨리, 더 멀리 나갈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개미》 《뇌》 《신》 《타나토노트》 같은 것들입니다.
글 쓰는 작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위대한 화가들의 명작도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묘비 조각에 집중하던 중에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는 20m 높이의 작업대에서 500㎡ 규모의 세계 최대 걸작을 혼자 완성했습니다. 화가들이 보통 50㎡짜리 그림을 3년 정도에 그리는데 미켈란젤로는 10배나 큰 그림을 4년만에 끝냈습니다.

음악가들도 있습니다. J.S.바흐는 교회의 음악 감독으로 매주 새 칸타타를 작곡해야 하는 일정 속에서도 대작 《마태 수난곡》을 3년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돈 조반니》도 모차르트가 다른 작업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중에 만든 작품입니다. 베토벤은 연주회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불후의 명곡 교향곡5번《운명》과 6번《전원》을 동시에 만들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도 발레곡 《백조의 호수》를 만들면서 《1912년 서곡》을 6주만에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바쁘고 시간이 없을 때 엄청난 성과가 나는 이유가 뭘까요. 놀라운 집중력과 함께 심리적인 동기부여와 신체적인 호르몬 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간의 제한과 압박은 창작자의 창의력을 자극합니다. 그 중에서도 ‘마감’은 집중력을 극대화하는데 동기부여와 자기효능감이 커지면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증가하면서 집중력과 에너지가 급상승한다는 과학자의 증언도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와 신체는 마감이 다가올수록 문제해결에 집중합니다. 이른바 ‘시간압박효과’ 덕분입니다. 그러니 일이 많고 시간에 쫓긴다면 먼저 데드라인부터 설정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다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아무리 바빠도 일정 시간을 투입해야 합니다. 가장 바쁠 때와 가장 절박할 때 창의성은 최고조에 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바쁘세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걸작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흠~ 마감에 임박하니까 역시 빨리 써지내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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