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집과 직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화재 시 피난로 확보와 연기 확산 방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시설이 바로 ‘방화문’이다.
방화문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과 유독가스가 다른 구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히 문이 아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피난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일반문처럼 사용되지만, 화재 시에는 일정 시간 이상 불길을 견디며 피난 통로를 보호하고 연기의 확산을 지연시킨다. 이로써 대피시간을 확보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방화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평소 출입의 편의를 위해 문을 고정시키거나, 바닥에 고무받침을 끼워 항상 열어두는 사례가 흔하다. 이렇게 열린 방화문은 화재 발생 시 불길과 연기가 순식간에 복도와 계단으로 퍼지게 만들어 피난로 확보를 어렵게 한다.
올해 8월, 부천의 한 호텔 화재 사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9층 규모의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피난계단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방화문이 열린 채 고정되어 있어 열,연기가 계단과 복도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투숙객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방화문이 제대로 닫혀 있었더라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방화문의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닫혀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최근에는 출입이 잦은 시설을 위해 자동폐쇄장치가 부착된 제품이 보편화돼 있으며, 화재 시 연동제어를 통해 자동으로 닫히는 방화문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문은 평소 열려 있다가 화재감지기나 연동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닫히기 때문에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방화문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주기적인 점검이 필수다. 문틀과 방화문의 밀착 상태, 자동폐쇄장치 작동 여부, 연동장치의 기능, 손잡이 등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문 주변에는 물건을 적치하거나 문을 고정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방시설 자체점검 시 방화문 작동상태 확인은 필수 점검항목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방치하거나 훼손된 상태로 두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화재는 한순간이지만, 방화문은 그 짧은 순간에 생사를 가른다. 평소 불편하다는 이유로 문을 고정하거나 닫지 않는 행위는 결국 스스로 피난로를 막는 것과 다름없다. 문 하나가 생명을 지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 가정과 건물에서는 방화문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불편함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평소 닫힌 방화문 하나가 화재 시 수많은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