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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남자들의 시대는 끝났다

입력 : 2025-11-06 08:14

[신형범의 千글자]...남자들의 시대는 끝났다
오늘날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추정되는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대체로 4만 년 전입니다. 그 후 최근까지 남자들이 여자보다 우세한 세월을 지냈습니다. 법과 제도 문화 교육 등 모든 면에서 남자들에 유리하게 설계됐고 운영돼 왔으며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젠부턴가 학교, 일터, 삶에서 남자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이 심했던 우리도 임신하면 “요즘은 아들도 나쁘지 않아요”라며 위로 받는, 여자아이를 원하는 게 기본인 시대가 됐습니다. 의대 입학비율, 각종 고시 등 어려운 시험 봐서 뽑는 건 이제 뭐든지 여자가 낫습니다.
여자가 대학 입학생의 다수가 된 지는 좀 됐습니다. 그런데 대학 재학 중 남학생들의 성적이 낮은 건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됐습니다. 남자들이 20대가 되어도 따라잡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4만 년의 세월을 뒤집는 추세를 다시 되돌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남자들은 뒤처지는 정도가 아니라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곳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아들 가진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학교에 가면 여자아이들 성적을 깔아주는 역할만 합니다. 공부에 영 집중을 못합니다. 끈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졸업하면 직장을 잡는 것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결혼하면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입지가 확고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소녀와 여자들이 소년과 남자들을 따라잡았을 뿐 아니라 이젠 거꾸로 남자를 압도합니다. 학교에서든 노동시장에서든 남자들은 여자들을 받쳐주는 역할로 전락했습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대학 평균 평점(GPA), 고등학교 졸업가능성, 대학진학률, 학사학위 소유자 등 구체적 수치로도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충동조절, 계획, 미래지향과 관련된 뇌의 부분(전전두피질)에 있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약 2년 정도 늦게 성숙합니다. 여아는 11세에 완전한 크기가 되지만 남아는 15세가 돼야 같은 크기에 도달합니다. 같은 또래에 동등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사회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브루킹스연구소 리처드 리브스는 대안으로 남자아이의 입학을 1년 늦출 것을 주장합니다.

아버지가 가족을 먹여살리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가장이 가정을 부양한다는 아버지와 가장의 전통역할이 흔들리면서 남성은 더 이상 여성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게 됐습니다. 여성의 삶은 재구성됐지만 남성의 삶은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젠더의 가치가 변화하는 시대적 난제와 불평등, 두 가지를 동시에 맞아야 하는 남자들은 이래저래 힘들게 됐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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