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소기업 대표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제일 먼저 떠오른 회사가 닌텐도였습니다. 1889년 교토에서 화투 만드는 작은 회사로 출발한 닌텐도는 1945년 미 군정이 들어서며 트럼프 카드도 만들었습니다. 1949년 스물한 살 대학생 야마우치 히로시는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회사를 넘겨받았습니다.
새 CEO 야마우치 히로시는 플라스틱 카드, 디즈니캐릭터 카드도 만들었지만 이걸로 사업을 키울 순 없었습니다. 1960년대 신사업 전략, 요즘 말로 ‘피벗’을 단행했습니다. 핵가족시대를 맞아 즉석밥 시장에 진출했다가 식품대기업에 밀려 사업을 접었습니다. 호텔, 택시운수업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닌텐도는 위기에 몰렸고 900엔이던 주가는 1/10토막이 났습니다.
1966년 완구사업에 손을 댔습니다. ‘울트라핸드’라는 장난감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히트를 쳤습니다. 1973년엔 레이저 실내사격장을 만들었는데 오일쇼크로 사업은 실패했지만 전자 게임산업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1970년대 후반 비디오게임에 진출했습니다. 1980년 미국에 수출한 아케이드 슈팅게임의 실패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동키콩’ 게임기가 구세주가 됐습니다. 동키콩은 전설적인 히트작이 됐고 그후 수퍼마리오 같은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화투, 종이카드로 시작해 패미컴, DS, 위(Wii), 스위치로 이어진 여정은 단순히 제품을 출시한 게 아니라 ‘놀이(게임)를 어떻게 재정의했는가’ 하는 역사입니다. ‘라보(Labo)’는 아이들이 종이키트를 접어 스위치를 결합하면 피아노를 치고 로봇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단지 게임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놀이이고 학습으로 정의한 것입니다. ‘만들고, 놀고, 발견한다’는 닌텐도의 슬로건은 그냥 마케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비전을 요약해 보여줍니다.
대표상품 ‘스위치(Switch)’에도 같은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17년 출시된 스위치는 TV와 연결하면 집에서 게임을 즐기고 분리하면 휴대용으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콘솔입니다. ‘조이콘(Joy-Con)’은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고 모션센서를 활용하면 몸으로 체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임기를 넘어 생활 속 무대가 된 것입니다.
닌텐도는 늘 ‘놀이를 어떻게 새롭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알람시계의 종소리와 조이콘의 클릭음은 단순한 기능음이 아닙니다. 닌텐도가 130년 동안 쌓아온 놀이의 역사가 ‘체험경제’시대를 리드하는 ‘진격음’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성능경쟁에 몰두할 때 닌텐도는 언제나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 그 선택이 여전히 소비자의 마음을 끌고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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