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시세반영률 올해 수준 유지…공시가격 균형성은 1.5% 이내 조정”
AI 기반 가격 산정 정밀화 추진…2035년 목표 현실화율은 재설정 예정
[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정부가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같은 69%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최근 시세 상승이 반영될 경우 내년 보유세 부담은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반영률은 그대로지만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공시가격 자체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20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내년 공동주택 시세반영률은 69%,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로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 정부는 현실화율 동결로 급격한 세 부담 확대를 막는 한편, 시장 상황과 국민 체감에 맞춰 공시가격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조정 속도는 완화하기로 했다. 시세의 90%를 목표로 하는 현행 구조는 존속하지만, 기존 로드맵에서 제시됐던 2035년 목표치는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다시 설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가액대별 편차 해소를 위해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전년도 공시가격 대비 1.5% 이내에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유형별 공시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현실화율이 동결됐다고 해서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유세는 집값에 시세반영률을 곱해 산정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올해 서울 주요 지역은 30% 안팎의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시세가 크게 오른 지역은 현실화율이 그대로여도 공시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가 공개한 시뮬레이션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전용 78㎡)의 보유세는 올해 1천204만 원에서 내년 1천599만 원으로 약 3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는 25% 이상,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22.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세 상승 폭이 큰 단지를 중심으로 증가율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6년 공시가격 시세반영률./국토교통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장학금 등 총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현실화율 유지로 급격한 변동은 제한되지만, 공시가격 상승 자체가 다양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보완책도 함께 추진한다. 국토부는 빅데이터 기반 AI 가격 산정모형 도입, 사전·사후 검증체계 확대, 초고가주택 전담반 운영 등을 통해 시세 산정의 정밀도와 객관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최종 공시가격은 상반기 중 확정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공시가격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적 기준가격”이라며 “현실화율은 유지하되 시세 변동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분석과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