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마약 범죄 수사가 고도화되면서 마약수사협조의 법적 의미와 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마약 사건의 특성상 유통 구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수사 협조를 양형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협조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처벌이 면제되거나 대폭 감형되는 것은 아니며, 협조의 실질성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마약 사건에서 수사 협조는 통상 ▲공범의 특정 ▲유통 경로 제공 ▲공급책 진술 ▲증거 확보에 기여한 정도 등을 의미한다. 단순히 사실을 인정하거나 자백하는 수준을 넘어, 수사의 진전과 범죄 구조 해체에 실제로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 법원은 이러한 협조가 수사 결과에 미친 영향과 위험 부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형을 정한다.
실무상 협조의 시기도 중요한 변수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한 경우와, 혐의가 대부분 특정된 이후 제한적으로 협조한 경우는 평가가 다르다. 초기 협조는 수사 효율성과 공범 검거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참작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뒤늦은 협조나 소극적 진술은 감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마약수사협조는 일관성과 신빙성이 핵심이다. 진술이 번복되거나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경우, 협조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법원은 피의자의 진술이 실제 압수·검거·추적 결과로 이어졌는지, 허위나 과장이 없었는지를 엄격히 검증한다. 이 때문에 협조 과정에서의 법률적 조율과 사실관계 정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협조는 양형 단계에서 감형 사유로 고려될 수 있으나, 범죄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특히 수입·유통·조직적 범행이 수반된 사건에서는 협조가 있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초범이거나 상습성이 낮고, 협조의 실질적 기여도가 큰 경우에는 집행유예나 형의 감경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수사협조를 고민하는 피의자에게 “무작정 진술을 늘리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협조의 범위와 방식, 제공 가능한 정보의 정확성, 본인의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진술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협조는 오히려 추가 혐의나 공범 책임을 키울 수 있어, 법률적 판단 없이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피해자 없는 범죄로 오해되기 쉬운 마약 범죄의 특성상, 법원은 재범 방지 노력 역시 중요하게 본다. 수사 협조와 함께 치료·상담 참여, 재활 계획 제시, 사회적 관계 회복 노력 등이 병행될 경우,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처벌의 목적이 응보에만 있지 않고,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에도 있음을 반영한 판단이다.
마약수사협조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사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요소다. 협조의 효과는 언제, 어떻게, 무엇을 제공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혐의가 문제 되거나 수사 단계에서 협조를 고민하고 있다면, 감정적 결정보다는 법적 기준에 따른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도움말 : 법무법인오현 고영석 마약전문변호사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