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종훈 기자] “중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방향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질서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중국 전문가 선옥경 교수(중국 하남사범대학교)가 이 시대의 핵심 질문에 답하는 저서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질서의 재편』(열린서원)을 펴냈다.
이 책은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식 현대화'가 단순한 경제 발전 모델이 아니라, 국제질서·규범·거버넌스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총체적 기획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중국식 현대화를 서구 모델의 변형이나 대안으로 환원하지 않고, 경제·정치·문화의 삼중 구조 속에서 그 내적 동력과 외적 파급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가 "단일한 근대화 경로의 균열"을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의 정치화, 데이터 규범의 분절화는 서구식 근대화의 보편성을 약화시키고, 복수의 발전 모델이 공존하는 다층적 질서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자신만의 언어로 현대화를 정의하며, 기존 세계 질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중국식 현대화는 더 이상 '추격형 근대화'가 아니라, 국가 주도 발전, 공동부유, 문명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독자적 체계라는 것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중국식 현대화의 내부 동력과 도전'에서는 국가자본주의와 시장의 결합, 당과 정부의 역할, 국유·민영기업의 공존 구조를 분석한다. 또한 디지털 거버넌스를 통한 사회 통제와 안정 담론, 그리고 중화민족주의와 중국몽이라는 문화정치의 작동 원리를 해부한다.
2부 '중국식 현대화와 국제질서'는 일대일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인권·민주주의·발전권을 둘러싼 규범 경쟁을 조명한다. 중국이 기존 질서에 가하는 경제적·지정학적·규범적 충격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3부 '미·중 경쟁과 새로운 국제질서'에서는 기술·군사·경제의 삼중전선에서 전개되는 패권 경쟁과, UN·WTO 등 기존 다자체제의 변화를 다룬다. AIIB·BRICS 네트워크의 확장을 통해 다극적 거버넌스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한다. 나아가 디커플링·디리스킹 시대에 '관리 가능한 경쟁'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중국을 찬양하거나 위협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이라는 변수 앞에서 세계는 어떤 선택지를 갖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외교·경제·사상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선옥경 교수는 중국인민대학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중국 하남사범대학교에서 재직 중이다. 『북한경제 변천과 중한요인』(2024)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통해 동아시아 질서 변화를 깊이 있게 분석해왔다. 2019년에는 중국 인문사회과학 연구 우수성과상을 수상했다.
중국 문제를 이념이나 감정이 아닌 구조와 사상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미·중 경쟁 시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