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 해변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철 지난 해변을 찾는 경우엔 대부분 애틋한 사연을 잊거나 추억할 때 사용하는 클리셰 중의 클리셰입니다. 그리고 그 사연이라는 게 많은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10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1.5인 가구’를 꼽았습니다. ‘1.5인 가구’는 단순히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넘어 독립된 삶을 유지하면서도 정서적, 물리적으로 누군가(혹은 무언가)와 연결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주거 및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물리적인 거주 인원은 1명이지만 삶의 형태는 0.5명의 존재(반려동물, AI동반자, 파트타임 파트너, 공유서비스 등)와 밀접하게 결합된 형태를 말합니다. 1인 가구의 자유로움은 누리고 싶지만 그에 따른 고립감이나 가사 부담 같은 걸 해결하고 싶은 선택적 연결의 욕구를 실현시킨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혈연이 아닌 반려동물이나 식물, AI휴먼 등이 채우는 0.5인의 개념은 인간만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하는 모든 대상을 가족의 범주로 끌어들이는 사회적 변화를 뜻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1인 가구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어렵지만 1.5인 가구는 구독서비스나 공유 플랫폼을 통해 2인 가구 이상의 풍요로움을 누립니다. ‘혼자 쓰기엔 과하지만 둘이 쓰기엔 좁은’ 틈새를 메워주는 서비스들이 주류가 됩니다. 또 동거는 부담스럽지만 필요할 때 소통할 수 있는 Co-living(코리빙) 형태의 커뮤니티형 주택이 ‘1.5인 가구’의 주거 형태로 활용됩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현대인의 이중적 심리가 반영됐습니다.
또 법적 가족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서로를 돌보는 관계, 즉 비혼 동거, 노년의 동행 등의 생활동반자나 부모 집 근처에 혼자 독립해 살면서 식사, 세탁 같은 일상의 어느 부분을 위탁하는 방식도 ‘1.5인 가구’로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결국 ‘1.5인 가구’는 ‘외로운 건 싫지만 방해받는 건 더 싫은’ 현대인의 욕망이 만들어낸 진화한 형태의 생존 방식입니다.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단편 《미지의 섬》에서 “섬을 보려면 섬을 떠나야 한다.”며 인간을 섬에 비유했습니다. 섬처럼 인간은 분리된 존재이지만 삶을 온전히 이해하며 살아가려면 그 고립에서 한 발 떨어져야 한다는 역설입니다.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유지하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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