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한국 증시가 구조적 변곡점에 서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논의, 글로벌 자금 유입 기대감이 맞물리며 코스피 5000 그 이상의 시대에 대한 전망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단기 테마보다는 한국 시장 전체의 리레이팅(재평가)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 전략이 다시 힘을 얻는 배경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중에서도 장기·적립식 투자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이 ‘저보수 대표지수 ETF’로 모이고 있다.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과 함께 가는 전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장기 성과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투자 선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200 추종 ETF인 ‘TIGER 200’에 월 100만원씩 5년간 적립식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약 11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 매매가 아닌 장기 적립식 투자, 그리고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에 베팅하는 방식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지수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을 양대 축으로 성장해 왔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KODEX 코스닥150, TIGER 코스닥150 등이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TIGER 200의 보수는 연 0.05%로 대표적인 저보수 국내 대표지수 상품으로 꼽힌다.
장기 투자에서 보수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운용 성과는 결국 지수 수익률에 수렴하게 된다. 이때 투자자가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요소가 바로 비용이다. 연 0.1%포인트의 보수 차이도 10년, 20년이 지나면 누적 수익률에서 의미 있는 격차로 이어진다. 글로벌 연기금과 장기 투자자들이 저보수 패시브 상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 같은 관점에서 ‘TIGER 200 ETF’는 국내 상장 코스피200 ETF 중 낮은 수준의 보수를 앞세워 장기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단기적인 수익률 경쟁보다는 장기 누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구조다. 특히 연금 계좌와 같이 장기간 적립식 투자가 이뤄지는 계좌에서는 저보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시장 환경 역시 대표지수 장기 투자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200 핵심 종목들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조선·방산·로봇·AI 등 한국 대형주 중심의 산업 경쟁력도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여기에 기업 밸류업 정책,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논의까지 더해지며 한국 대형주 전반에 대한 리레이팅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종목이나 특정 테마보다는 시장 전체를 담는 전략의 매력을 높인다. 코스피200은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표 지수로, 대형주 중심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반영한다. 코스닥150이 혁신 성장주에 초점을 둔다면, 코스피200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성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지수다.
과거 박스권에 머물던 한국 증시와 달리, 현재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다시 한 번 포지션을 재설정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한국 비중을 늘리는 전략, 그리고 그 출발점으로 대표지수 ETF를 선택하는 흐름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적립식으로 투자한 상품이 대표지수 ETF였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며 “대표지수 ETF는 단기 트레이딩 수단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 투자에서는 보수가 낮을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하며, 저보수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스피 5000 시대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목표가 아니라 구조적 리레이팅의 결과”라며 “한국 대형주 전반을 안정적으로 적립해 나가는 전략이야말로 이번 리레이팅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