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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바라겠습니다, 감사하겠습니다

입력 : 2026-02-10 08:18

[신형범의 千글자]...바라겠습니다,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후배의 아들 결혼식 날. 휴일을 망쳤다는 낭패감보다 젊은 커플이 인생을 새로 출발하는 뜻깊은 자리를 축하하는 좋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먼 길을 마다 않고 집을 나섰습니다. 결혼식은 평범한 예식장에서 흔한 순서인 지인의 축가에다 요즘 트렌드답게 주례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나는 예식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사회자의 말이 계속 귀에 거슬렸습니다. “이제부터 신랑 OOO군과 신부 ###양의 결혼식을 거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로 시작해 “휴대폰은 진동으로 바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랑이 입장할 때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처럼 모든 말의 어미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라겠습니다” “~감사하겠습니다”로 마쳤습니다.
내가 까칠하게 구는 탓인지 듣고 있자니 짜증이 계속 밀려왔지만 다른 하객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런 말버릇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겠습니다”를 남발하는 건 언어적으로 ‘불필요한 미래시제’ 혹은 더 정중하게 보이려는 ‘과잉 공손’에 해당합니다.

‘겠’은 미래의 일이나 추측(날이 흐린 걸 보니 눈이 오겠네), 의지(이번엔 꼭 이루고야 말겠어), 가능성/능력(어린애도 알겠다) 등을 나타내는 어미입니다. 또는 완곡하고 정중하게 말하고 싶을 때(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면 좋겠구나) 쓰기도 합니다.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는 군더더기로 말을 복잡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해보다(시도)와 ~도록 하다(사동/강조)와 ~겠다(의지)의 세 가지 문장 성분이 겹쳐 ‘~하는 시도를 하도록 의지를 보이겠다’는 뜻이 돼버립니다. 듣는 사람은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라는 확신 없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또 ‘바라다’는 그 자체에 말하는 사람의 기원과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에 ‘겠’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겠’이 사족처럼 끼어 ‘바라겠습니다’라는 이상한 표현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랍니다’면 충분합니다. 더 황당한 표현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입니다. ‘감사합니다’면 되는데 ‘~해 주면 감사하기로 하겠다’는 조건부 미래시제입니다. 이런 해괴한 표현은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엄밀히 따지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방송에서도 “병오년 새해 더욱 건강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박수로 맞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준비한 무대 마음껏 펼쳐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등 ‘~겠습니다’투성이입니다. 모두 잘못된 표현입니다.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가 맞는 표현인 데다 짧고 간결하고 명확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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