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즉시 유찰… 정당성 논란 확산
필수 제출 대상 아닌 서류 문제 삼아 입찰 종료… 법원 판례도 타당성 없어
의결 절차 없이 결정… 경쟁사 제안서도 열지 않고 입찰 종료
대우건설이 성수4지구에 제안한 ‘THE SEONGSU 520’ 투시도./대우건설
[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평가 절차 없는 입찰 종료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에 여러 논쟁거리가 나타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 선정이 유찰 처리됐다고 10일 밝혔다.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하루만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입찰이 성립된 직후 별도의 보완이나 평가절차 없이 곧바로 입찰을 종료한 사례가 없어 조합 측의 절차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마감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해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조합은 10일 특정 입찰사가 일부 분야 도면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을 유찰 처리 했다고 통보하고 곧바로 2차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통상 경쟁입찰이 성립될 경우 제안서 비교와 보완 절차를 거쳐 최종 평가가 진행된다.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 시공사 공모에서는 이러한 과정 없이 즉시 유찰이 결정됐다.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흙막이, 전기, 통신, 구조, 조경, 소방, 기계, 부대토목’ 분야 세부 도면을 제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도서들이 입찰 단계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할 필수 항목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당초 요구되지 않았던 서류를 이유로 입찰을 종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 입찰 단계는 실시설계가 아니라 개념 설계와 공사비, 사업 수행 능력을 비교하는 단계”라며 “특정 분야 세부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사례는 거의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시공자 선정 관련 공문
법적 쟁점도 뒤따른다. 법원은 과거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일부 설계 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2019카합401338)을 내린 바 있으며, 입찰 이후 사후적으로 기준을 적용해 경쟁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2025카합20696)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는 경쟁입찰의 핵심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은 채 입찰 절차가 종료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쟁입찰의 목적이 여러 시공사의 조건을 비교해 최적의 선택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안서 검토 없이 입찰을 종료한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판례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합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이 유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나 대의원회 등 내부 의결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자 선정은 사업 수익성과 조합원 부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으로 통상 주요 결정은 내부 의결기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입찰 유효성 판단은 조합 재량 영역이지만 그 재량 역시 정관과 절차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며 “이사회나 대의원회 의결 없이 유찰을 결정했다면 향후 절차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의 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조합은 경쟁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체”라며 “절차적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 조합과 조합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