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유병철 CP] 배우 이주빈은 털털한 매력이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아름다운 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단아’, ‘도도’. 이주빈은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이주빈은 지난 10일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주인공 윤봄 역을 맡아 상처 입은 인물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호소력 짙게 그리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스프링 피버’는 ‘내가 주인공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시작한 작품이었어요. 주인공이었던 첫 작품에서는 좋은 반응이 있진 않았어요. 그래서 ‘이게 내가 할 수 있나’, ‘자격이 있나’라는 질문을 하던 시기에 받은 작품이었어요. 적어도 ‘이런 장르에 이런 캐릭터는 내가 할 수 있다’라는 믿음도 생겼어요. 저에게도 꽃을 피게 해 준 작품인 거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제 작품을 잘 안 보시는데 챙겨보시곤 ‘감정이 가볍게 소모되지 않아 좋다’고 하셨던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스프링 피버’는 자신을 가두던 교사 윤봄이 저돌적인 직진남 선재규(안보현 분)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찰떡 캐스팅 안보현과 대본을 믿고 합류하게 됐어요. 또 유쾌하고, 제가 하고 싶은 코미디도 했을 때 ‘조금은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윤봄이란 캐릭터도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됐어요.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수고등학교 윤리 교사이자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자발적 아웃사이더 윤봄은 과거에는 누구보다 쾌활했지만, 억울한 불륜 교사 의혹에 휘말리며 깊은 상처를 입은 인물이다. 이후 신수읍에서 선재규를 만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누명을 벗으며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작년 봄, 여름쯤 시작해서 겨울에 끝났어요. 포항에서 생활하며 찍다 보니 다른 작품보다 애정이 깊어 끝난 게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해요. 드라마 제목처럼 얼어붙은 겨울이던 봄이가 불꽃 같은 재규를 만나 진정한 봄이 된 거죠.”
극 초반, 과거 상처로 인해 타인에게 곁을 주지 않던 냉미녀 봄이 신수읍 사람들과 재규를 만나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통해 이주빈은 한층 깊어진 감정선을 선보였다. 이주빈은 방어기제가 작동하던 차가운 눈빛에서, 사랑을 깨닫고 생기를 되찾고 따뜻한 눈빛으로 변화해 가는 캐릭터의 흐름을 유려하게 표현했다.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복잡한 심경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에도 디테일한 표현력은 빛을 발하며 시청자들을 극 안으로 깊이 끌어당겼다.
“봄이의 아픔을 어느 정도 깊이로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극의 톤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랑스러움이라는 키워드를 끝까지 쥐고 갔어요. 대본상으로는 상처를 숨기려 하지만 실제로는 다 드러나는 모습이나 개그 욕심이 있는 건 실제 제 모습과도 꽤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굳이 꾸며내어 연기하려고 애쓰지는 않았어요. 봄이는 상처 때문에 선을 긋고 거리를 두지만, 사실 그녀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던 봄이가 재규에게 처음 관심을 가진 순간부터 이미 사랑이 시작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곧 모든 관심과 관계의 시작이니까요.”
청순한 비주얼 뒤에 숨겨진 단단한 내면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최종회에서 봄은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인 소문과 기자의 압박에도 숨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했다. 신수고 게시판에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면서 “진실은 시간이 아니라 용기로 지켜내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습니다”라고 전하는 모습은 과거를 끊어내고 스스로 존엄을 지키는 단단한 인물로의 성장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이어 서울 학교에서 자신을 음해하던 동료들에게 승소 판결문을 내밀며 “불륜 아니고 스토킹 당한 거 확인하셨으면 소문 좀 내달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이주빈은 흔들림 없는 시선과 단호한 목소리로 그 용기를 그려내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봄이는 원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인물이에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다 보니 커서 자존감이 높았다고 생각했죠. 그런 정체성에서 큰일을 한 번 겪으면서 동굴에 들어가 알을 깨고 나온 게 현재의 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과정을 그려나가는 게 이 작품의 전개라고 봤어요.”
로맨틱 호흡을 보여준 이주빈과 안보현의 피지컬 차이는 ‘스프링 피버’의 백미.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치열한 고민과 과감한 애드리브의 산물이었다. 화제가 된 들고 키스하는 신이나 침대 이동 신 등은 안보현의 피지컬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모니터를 찍어서 보니 정말 거대하더라고요. 덕분에 여배우로서 굳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힐을 신지 않아도 작아 보인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안보현 배우가 마초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하고 여려요. 제가 던지는 연기를 다 받아줬어요.”
극 중 우직한 직진남 선재규와 실제 이상형을 비교하는 솔직한 답변도 이어졌다.
“제가 워낙 생각이 많고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라, 같이 고민에 빠지기보다는 선재규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끌어주는 스타일이 좋아요.”
2018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9년 차. 이주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성공 강박에서 벗어나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주변의 칭찬도 잘 안 듣고 스스로에게 엄격했어요. 그렇게 고민을 안 했다면 연기를 못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게 꼭 필요할까 싶은 의문이 들어요. 일약 대스타는 아니더라도, 호불호 없이 꾸준히 안정감을 주는 ‘불안하지 않은 배우’라는 점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 큰 기복 없이 위화감 없이 스며드는 게 저만의 무기죠.”
‘스프링 피버’를 통해 비주얼과 연기력,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주빈. 겨울을 지나 찬란한 봄을 맞이한 윤봄처럼, 배우로서도 새로운 챕터를 연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심리 스릴러나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요. 최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인상 깊게 봤어요. 스릴러 속 악역이나 공포물도 해보고 싶어요. 물론 관절이 버티는 한 액션도 마다하지 않아요.”
[사진 제공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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