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유명한 항구도시 리스본입니다. 역사가 깊고 그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라 하더라도 인구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 광역도시 수준입니다. 런던과 파리를 제외하면 유럽에는 인구 1천만이 되는 도시가 없습니다.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유럽의 전통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이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놀랄 때가 있습니다.
집값 비싸고 생활비도 많이 들고 복잡하고 각박해도 사람들은 도시로 몰립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시냅스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시냅스(Synapse)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지점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1800년대 프랑스 파리에는 보통 6층짜리 건물이 지어졌는데 1900년대 뉴욕에는 30층짜리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밀도를 보면 5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숫자로 보면 뉴욕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만나는 사람의 숫자가 파리에 사는 사람보다 5배 더 많다는 뜻입니다. 하루 24시간 동안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시냅스라는 겁니다.
그러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손님이 다섯 배 많은 거고 아이디어를 얻어야 하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도 5배 더 많은 자극과 영감을 얻기 때문에 작업에 더 유리합니다. 그렇게 시너지가 생기고 쌓일수록 도시는 사람들을 중력처럼 끌어당기면서 계속 사람이 모이는 집중화 현상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지요.
20세기 도시를 19세기 도시와 구분 짓게 하는 가장 큰 차이는 엘리베이터와 자동차가 만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덕분에 고층건물이 생겼고 자동차가 다녀야 할 도로가 뚫렸습니다. 이건 건축과 기계가 융합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당연히 기계 생태계를 작동시킬 에너지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21세기, 공간의 개념에 또 하나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공간을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 두 개의 차원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돈이 없으면 온라인 공간에서 시간을 오래 보낸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돈이 많을수록 오프라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선 집값이 10억을 넘어가니까 웬만한 젊은 사람들은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집 대신 자동차를 삽니다. 자동차 살 능력이 안 되는 대학생들은 1만 원 정도 내고 카페에 가서 거실처럼 사용합니다. 그 돈도 없는 고등학생들은 PC방으로 가고 중학생들은 편의점에 모입니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은 공짜인 메타버스에 가서 로블록스로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컴퓨터 게임과 가상공간에서 놀던 친구가 중년이 되어 돈을 벌면 골프 치러 다닙니다. 골프라는 운동의 본질은 10만 평 정도 되는 자연을 자기 마음 대로 누리는 것입니다. 결국 여유가 생길수록 오프라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간의 개념을 정의할 때 변수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 가상공간이라고 하면 그 안에 정보가 많았습니다. 가상공간의 신대륙에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새로운 이민자들이 들어온 것이지요. 로봇, 인공지능이 소비할 에너지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데 도시 어딘가에 그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고 운영할 공간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많은 게 바뀌겠지만 다른 분야처럼 도시공간도 어떤 모양으로 바뀔지 지금으로선 예측이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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