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등 사측과 크루서블JV 등 3인 ‘이사선임’
지분율 높은 MBK·영풍 2인 그쳐·…이사회 분포 9대6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전경./연합뉴스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의장 등 회사 측 추천 이사들이 선전하며, 나란히 2,3위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여기에 현경영진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크루서블JV의 맥랠런 후보는 득표율 1위에 오르며 미국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시블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과 긍정적 평가가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개최된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5인의 이사가 당선됐다.
사측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황덕남 사외이사가 재선임됐으며, MBK·영풍 측에서는 최연석 MBK 파트너와 이선숙 변호사가 이사회에 진입했다. 미국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후보도 당선됐다. 다만 분리선임 감사위원을 2인으로 확대하는 안건이 부결되면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1석은 공석으로 남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예측이 빗나가며 9대6 또는 8대6까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던 고려아연 이사회 분포는 최윤범 회장 등 현경영진 측(크루서블JV 포함) 9석과 MBK·영풍 측 5석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개정상법이 시행되는 9월 전까지 선임해야 하는 분리선임 감사위원까지 사측 이사가 선임될 경우 양측의 격차는 10대 5까지 벌어지게 된다. 분리선임 감사위원이 대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 룰’에 따라 선임되기 때문이다.
사측 이사 후보들에 대한 외인·기관·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등과도 거리가 먼 점도 이례적이다.
주주가치 제고의 체감이 실제 주주와 국민연금 사이에서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이 간접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이번 주총의 사측 핵심 안건인 ‘이사 5인 선임안’은 62.98%를 득표하며 가결됐다. MBK·영풍 측의 ‘이사 6인 선임안’은 52.21%를 얻었다. 두 안건의 득표율 격차는 약 10.8% 포인트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5% 안팎으로 추정되는 고려아연의 소액주주 지분율과 현경영진 및 MBK·영풍간 지분율 격차 등을 고려하면, 소액주주 대부분이 사측 안건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이사 선임 결과도 마찬가지다. 양측의 지분 격차와 국민연금의 기권 등을 감안하면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의장이 2,3위로 이사에 재선임된 것은 외인·기관·소액주주 몰표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의 배경에는 실적과 비전,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판단 기준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현경영진을 중심으로 지난해 고려아연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아연·연·동 등 전통 제련 사업에 금·은 등 귀금속, 인듐 등의 회수율 증대를 추진해온 현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호실적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더불어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대한 기대감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핵심광물 공급망 중추 기업으로 도약하는 모멘텀을 만들어낸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도 더해진 결과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주주들의 판단은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반면 적대적M&A 과정에서 MBK·영풍이 내세워 온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명분은 그 내실에 있어 주주들의 외면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 주주는 이날 주총에서 “MBK나 영풍은 회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을 수 있겠지만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IB관계자는 “이번 주총 결과의 의미는 상당하다”며 “주주들이 원하는 주주가치 제고가 무엇인지가 그 표심의 의미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편적이고, 이벤트적인 사항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실적 또 이에 기반한 장기적 성장 발전이라는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환기시켜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