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서비스안전부 강민수 차장
“근로자 참여형 위험성평가가 답이다.”
퇴근하지 못한 사람들
오늘도 서울 어딘가의 건물에서 누군가는 사다리에 오른다.
천장의 조명을 교체하고 건물 유지보수를 위해 “잠깐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그 ‘잠깐’이 어떤 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된다.
2021년부터 2025년(11월)까지 서울지역의 건물관리업종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명이다. 그중 10명(59.0%)이 추락사고였고, 이 중 8명은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숫자로 보면 적어 보이지만 사고사망의 점유율은 해마다 유사성을 보인다. 추락 사망사고의 80%는 우리가 흔히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다리로 인한 것이다. 건설업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산재보험 240개의 소업종 중 사고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건물등의종합관리업이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사고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왜 알면서도 반복되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고가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인도, 규정도, 예방법도 이미 알려져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다리 작업 시 전도방지 조치, 최대사용하중 범위 내 사용, 최상부 발판 및 그 하단 디딤대 사용금지,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는 높이가 3.5m 초과금지, 안전모 착용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고는 반복된다. 왜일까?
답은 ‘알고 있는 사람’과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본사에서 작성한 위험성평가는 해마다 동일한 대책이 적혀 있다. ‘2인 1조 작업.’ 단 여섯 글자. 그게 전부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대책은 현장에서 외면당한다.
현장 근로자는 안다. “작업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위험하다”, “사다리의 최상부 발판을 암묵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작업에 맞는 적정한 사다리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 목소리가 대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대책은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현장을 아는 사람의 경험은 문서 어디에도 담기지 않았다.
개정된 위험성평가, ‘근로자의 눈’으로 봐야 한다.
올해 2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바로 이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고 틈새를 좁히려 하고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즉 근로자가 직접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이제 법적 의무가 된다. 또한 평가 결과를 구체적으로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시행 일정도 명확하다. 위험성평가 제도 개선은 2026년 6월 1일 시행되며, 50인 이상 사업장의 과태료 규정은 2027년 1월 1일, 그 외 규모는 202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필수 절차를 누락한 사업주에게는 과태료도 부과된다.
위험성평가는 이제는 단순히 서류를 채우는 평가가 아니라, 실제로 사다리에 오르는 사람이 “이 사다리 작업은 이것이 위험합니다”라고 말하고, 그 말이 구체적인 대책으로 연결되는 제도적 통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사다리 대책을 그저 단순한 ‘2인 1조’라는 반복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좀 더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현장의 위험이 도출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안전은 ‘함께’ 할 때 완성된다
‘2인 1조’라는 단순한 문구 대책으로는 사람이 살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17명의 죽음으로 배웠다. 개정 법령의 취지는 명확하다. 사업주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책무를 다하고, 근로자는 현장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그 대화가 시작되는 곳에서 사다리 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건물관리 현장에서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법규 준수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에게 오늘도 안전하게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 6월부터 달라지는 법이 현장에서 살아 숨쉬기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진지한 참여로 숨은 위험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진정한 안전문화가 현장에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제도는 준비됐다. 이제는 실행이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