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국세청이 법인 명의 고가 차량의 사적 이용을 겨냥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슈퍼카 시장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5일 엑스에 "법인 명의 슈퍼카를 가족 외출, 골프, 유흥업소 방문 등에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탈세 행위"라고 밝혔다. 임 청장은 고가 법인 차량의 취득과 운행, 비용 처리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며 사적 유용 혐의가 확인되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법인 명의 슈퍼카 구매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본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 도입으로 법인 고가 차량 식별성이 높아진 데 이어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국무회의에서 고급 외제차의 사적 이용 관행을 지적하고 엄격한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람보르기니의 테메라리오 퍼스트 드라이브 코리아/람보르기니
과거 슈퍼카 시장 성장에는 법인 리스 절세 수요가 적지 않았다. 법인 명의로 차량을 리스하면 감가상각비와 유지비를 비용 처리해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연간 5000만원을 차량 유지비로 지출하는 법인은 약 1000만원 수준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국세청이 이 구조를 탈세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보면서 구매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판매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법인 판매량은 2023년 5만1083대에서 2024년 3만5320대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4만1155대로 일부 회복했지만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1~4월 람보르기니 국내 판매량은 8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0% 감소했다. 페라리는 75대로 42.3%, 롤스로이스는 56대로 13.8% 줄었다. 포르쉐도 2786대로 20.7% 감소했다.
시장 고객층도 달라지고 있다. 세무조사 부담을 피하려는 수요가 법인 비용 처리 대신 개인 명의 구매로 이동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들은 맞춤 제작 서비스와 서킷 주행 행사, 프라이빗 멤버십 등 개인 고객 중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인 리스를 활용한 절세 수요가 시장을 키웠다면 최근에는 순수 개인 구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무 리스크가 커지면서 고가 차량 시장이 양적으로는 위축되더라도 질적으로는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