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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인재는 '뽑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

이봉진 기자 | 입력 : 2026-06-22 08:05

인력난을 하소연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엘앤에이(주)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엘앤에이(주)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면 대화는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 “일할 사람이 없다.” “괜찮은 사람은 다 대기업으로 간다.” “어렵게 뽑아 놓으면 1~2년 만에 떠난다.”

인력난은 이제 한두 회사의 고민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허리를 짓누르는 만성적 통증이 되었다. 채용 공고를 올려도 이력서가 들어오지 않고, 면접까지 와 놓고도 출근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 경영자의 한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한숨의 방향을 한 번쯤 바꿔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우리는 ‘없는 사람’을 찾느라,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재는 시장에서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옆자리에서 길러내는 것이다.

◆ 먼저, 옆자리를 보라
나는 인력난을 토로하는 대표들에게 종종 이렇게 되묻는다.

“일할 사람이 없어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십니까. 그렇다면 그 시간에, 지금 옆에 있는 직원들을 한번 보십시오. 어렵게 뽑은 그들을 인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과정이고, 또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방법입니다.”

인재(人材)라는 말에는 함정이 하나 숨어 있다. 우리는 ‘인재’를 이미 완성된 상태로, 어딘가에서 만들어져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처럼 여긴다. 그래서 인재를 ‘구한다’, ‘확보한다’, ‘데려온다’고 말한다. 모두 밖을 향한 동사다. 그러나 정작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강소기업들은 인재를 밖에서 사 오지 않았다. 그들은 평범하게 입사한 직원을 비범한 전문가로 ‘길러냈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이름 붙인 수천 개의 강소기업들이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스카우트가 아니라, 낮은 이직률과 길고 끈질긴 내부 육성에 있었다. 인재는 채용의 결과가 아니라, 양성의 결과였던 것이다.

◆ 직원의 성장 속도가 곧 회사의 생존 속도다
여기서 핵심은 ‘공부’다. 직원이 배우는 속도가 곧 회사가 살아남는 속도이기 때문이다. 직원을 인재로 만든다는 것은, 그를 끊임없이 배우게 만든다는 뜻이다.

오해는 말자. 비싼 외부 교육에 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학습은 일터 안에서 일어난다. 경영학자 피터 센게는 일찍이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역설하며, 지속적으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만이 변화의 속도를 이긴다고 했다.

오늘처럼 기술과 시장이 분기마다 바뀌는 시대에, 어제의 숙련은 내일의 평범함이 된다. 멈춰 선 직원은 멈춰 선 회사를 만든다. 반대로, 매일 조금씩 자라는 직원은 매일 조금씩 자라는 회사를 만든다. 한 사람의 성장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가 익힌 것은 동료에게 흘러가고, 후배의 어깨너머로 이어진다.

그렇게 회사 안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배우는 보이지 않는 물길이 생긴다. ‘미래 먹을거리’는 거창한 신사업 계획서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한 뼘 더 자란 직원의 실력 안에, 이미 씨앗으로 들어 있다.

◆ 그렇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거창한 인재개발원을 세우라는 말이 아니다. 직원 열 명의 회사에서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첫째, 배움을 ‘비용’이 아니라 ‘농사’로 보는 눈이다. 어렵게 뽑은 직원이 떠날까 두려워 가르치기를 주저하는 경영자가 많다. 그러나 가르치지 않은 직원은 떠나지 않는 대신, 그 자리에 머물러 회사와 함께 정체된다. “가르쳤더니 나가더라”의 반대편에는, “가르치지 않아 끝까지 평범했다”가 있다. 둘 중 무엇이 더 두려운 일인가.

둘째, 일 자체를 가장 좋은 교실로 만드는 일이다. 매주 한 번, 단 30분이라도 직원이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고 다음을 설계하게 하는 자리. 한 단계 어려운 과제를 의도적으로 맡기고 곁에서 지켜봐 주는 위임. 실패를 추궁하지 않고 복기하게 하는 분위기. 이 모든 것이 강의실 없는 학교다.

셋째, 경영자 자신이 가장 먼저 책을 펴는 일이다. 배우지 않는 리더 밑에서 직원만 공부하게 만들 수는 없다. 대표가 공부하는 회사에서는, 공부가 문화가 된다. 학습은 지시로 생기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물들 듯 번지는 것이다.

◆ 당신의 회사는, 사람을 ‘쓰고’ 있는가 ‘기르고’ 있는가
인력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한숨짓는 것뿐이라면, 회사의 미래는 외부의 채용시장에 저당 잡힌 셈이 된다.

인재를 만드는 것도 결국 기업인의 몫이다.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오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우리 회사가 평범한 사람을 인재로 길러내는 밭이 되어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람을 ‘쓰는’ 회사의 미래는 채용시장의 형편에 달려 있지만, 사람을 ‘기르는’ 회사의 미래는 그 회사 자신의 손안에 있다.

오늘도 인력난을 걱정하고 있다면, 잠시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보시기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그토록 찾던 인재는, 이미 그 자리에 앉아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회사는 지금, 사람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기르고’ 있는가.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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