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HOME  >  경제

[기획] '신속통합' 비웃는 분리 설계안...'소셜믹스'가 인허가 속도 가른다

이종균 기자 | 입력 : 2026-07-14 18:20

대치미도는 은마처럼 빠르게 갈 수 있을까

[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분리하는 설계안이 제시됐다. 강남구는 해당 배치가 현행 법령과 서울시 공공주택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추진위원회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오는 18일 주민총회를 앞둔 대치미도 재건축 사업에서 '소셜믹스' 준수 여부가 향후 인허가 속도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강남구가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설계자 선정 관련 행정지도' 공문을 보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공문 시행일은 지난 10일이다.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설계자 선정 관련 행정지도 공문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설계자 선정 관련 행정지도 공문
강남구는 일부 설계 참여 업체가 공공임대주택을 별도 동으로 계획한 제안과 관련해 관계 법령과 서울시 기준을 안내했다. 설계 입찰에는 4개 업체가 참여했다.

해안건축이 제출한 자료에는 '조합원님 세대 임대, 분양 세대와 분리배치'라는 문구가 담겼다. 다른 제안 이미지에는 '100% 임대주택 분리'라고 적혔다. 함께 제시한 배치도는 주택형별 면적을 색상으로 구분했다.

강남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4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8조를 근거로 들었다. 국민주택 규모 주택을 공급할 때 공공주택이 일반분양주택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해안건축이 제시한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자료에는 '100% 임대주택 분리' 문구가 표시돼 있다.
해안건축이 제시한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자료에는 '100% 임대주택 분리' 문구가 표시돼 있다.
서울시는 공공주택을 분양주택과 차별 없는 생활환경과 외관, 마감 수준으로 계획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동·호수는 공개 추첨으로 정한다.
강남구는 공문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별도의 동으로 계획하거나 분양주택과 분리하여 배치하는 내용은 현행 법령 및 서울시 공공주택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문에 적힌 분양주택은 조합원 주택과 일반분양 주택을 뜻한다.

이어 추진위원회에 설계 참여 업체가 관계 법령과 서울시 기준에 맞는 설계안을 제안하도록 관리·감독하라고 요구했다.
'조합원 세대와 임대·분양 세대 분리배치' 문구가 담긴 설계 제안 자료
'조합원 세대와 임대·분양 세대 분리배치' 문구가 담긴 설계 제안 자료
소셜믹스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한 단지 안에 섞어 배치하는 정책이다. 주거지에 따른 사회적 낙인과 격차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2005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거치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적용됐다.

정책을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소셜믹스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고르게 배치하는 '완전 혼합 방식'을 요구한다. 일부 조합원은 재산권을 이유로 분리 배치를 선호한다.

지난해 4월 서울시 통합심의위원회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안건을 심의하면서 임대주택 배치 문제를 지적했다. 한강변 인접 동이나 선호도가 높은 층에 임대주택을 균등하게 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임대주택 분리 배치를 둘러싼 제재 사례도 나왔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단지는 임대 가구를 사실상 분리 배치했다가 서울시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현금 기부채납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은 준공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커뮤니티 시설과 주차장 이용, 아파트 관리 의결권 등을 둘러싸고 분양 세대와 임차 세대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사례가 반복됐다. 소셜믹스가 단순한 동 배치 문제를 넘어 주거 공동체 운영과 맞닿아 있는 이유다.

서울시 기준과 맞지 않는 설계안이 선정되면 정비계획과 심의 과정에서 보완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설계를 다시 손보면 사업 일정도 늦어진다. 속도를 앞세운 신속통합기획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의 소셜믹스 원칙을 반영해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 사례로 꼽힌다.

강남구는 이달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고시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5월22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이후 약 80개 관계 부서·기관 협의와 주민공람 절차를 거쳤다. 인가는 법정 처리기한인 60일보다 33일 빨리 이뤄졌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은 총 5850가구로 구성된다. 공공임대주택 909가구와 공공분양주택 195가구를 포함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특정 동에 몰지 않고 주택형별로 분산 배치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의 소셜믹스 원칙을 사업계획에 반영했다. 소셜믹스만으로 인허가 기간이 단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초기 설계 단계부터 서울시 기준을 반영하면 배치 문제로 추가 보완을 요구받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서울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서울시
대치미도와 은마아파트 사례는 초기 설계가 정비사업 속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여준다. 신속통합기획으로 행정 절차를 줄이더라도 설계안이 관계 법령이나 서울시 기준과 충돌하면 심의 단계에서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현행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설계자 선정기준' 제13조는 입찰 참여자가 정비계획 범위를 벗어나 왜곡된 설계 제안을 한 경우 해당 입찰 참여자의 입찰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개별 홍보 금지나 금품 제공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한 차례 이상 적발된 경우도 입찰 무효 대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속통합기획을 앞세워 정비사업 속도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관할 자치구가 정비계획 수립과 설계자 선정 단계에서 공공지원 설계자 선정기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업 기간 단축이라는 제도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

서울시가 절차 단축을 내세우더라도 기준에 맞지 않는 설계안이 선정되면 이후 심의와 인허가 과정에서 설계를 다시 고쳐야 한다. 초기 단계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강남구는 대치미도 추진위원회에 관계 법령과 서울시 기준에 맞는 설계안을 제안하도록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오는 18일 주민총회에서 어떤 설계안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대치미도 재건축의 다음 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리스트 바로가기

인기 기사

최신 기사

대학뉴스

글로벌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