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택난 해결책으로 용산공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정책 입안자와 의원 나리들께 이름 없는 소시민이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 뉴욕의 맨해튼 한가운데 센트럴파크가 있습니다. 가로 800m, 세로 4km의 거대한 인공 공원으로 강남구 대치동 전체 크기와 비슷합니다.
1850년 당시 폭증하는 뉴욕 인구 때문에 사람 살 집도 모자란데 한복판에 이렇게 커다란 빈 땅을 개발하지 않고 공원으로 만들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자 공원을 설계한 건축가 캘버트 복스와 조경 설계자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공원 조성을 밀어붙이면서 옴스테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여기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알다시피 결과는 맨해튼 중앙에 조성된 거대한 녹지는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 시간 탈출’이라는 조경철학을 실현하면서 뉴욕이라는 초거대 도시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도시공원 설계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을 한번 걸어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도심 한복판 11km를 흐르는, 말 그대로 ‘맑은 냇가(淸溪川)’는 낮에는 서늘하고 밤에는 연인들, 회사원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인 전직 대통령을 나는 무척 싫어하지만 청계천을 되살린 업적 만큼은 진심으로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도시공원은 돈 많은 재벌과 가난한 노동자가 입장료 없이 들어가 나란히 즐길 수 있는 공유재산입니다. 자기가 속한 계층이 아닌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타인과 교감하는 소셜 믹싱(Social Mixing)의 공간이자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사는 이들이 서로 융합하고 신뢰를 키우는 현대 사회의 토양이기도 합니다.
생산적이지 않은 공간인 공원이 생산적 효율성을 극대화한 도시를 숨 쉬게 합니다. 그런 역설이 도시에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런던의 하이드파크, 파리의 뤽상부르공원, 동경의 우에노공원처럼. 도시설계나 건축에 대해 일자무식인 나 같은 사람이 봐도 용산에 집을 짓겠다는 일부 위정자들의 발상은 정책이 아니라 공공의 재산을 공중분해시키는 짓입니다. 청년주택이든 공공주택이든 임대주택이든 짓는 순간 그 땅은 공공의 영역을 벗어나 개인의 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들처럼 눈 앞의 이익과 영달에 눈이 멀어 역사에 더러운 이름을 남기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공원은 우리 세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할 공유물입니다. 우리 세대의 역할은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이후 일본군, 미군이 차례로 점령했던 용산 바로 그 땅을 온전히 보전하고 물려주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