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시황제는 죽는 걸 두려워해서 세계 곳곳으로 사신들을 보내 불로초를 찾았습니다. 결국 찾지 못하자 대신 불로불사의 물질이라고 알려진 수은을 먹고 몸에 발랐습니다. 수은은 일시적으로 피부를 하얗게 만들고 늘어진 피부를 팽팽하게 펴서 한때 화장품 원료로 인기가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수은의 유해성이 심각하다는 걸 알고 금지 물질이 됐지만요.
시황제가 수은 중독으로 죽은 게 사실이라면 늙고 죽는 것에 대한 조바심이 오히려 목숨을 단축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노화와 죽는 걸 두려워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늦추거나 피하고 싶어합니다.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 연구에 투자가 이어지면서 언론은 120년, 심지어 150년을 살 것이라고 떠들어댑니다.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인간은 행복할까요? 인간이 예전보다 오래 살기는 하겠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이지 절대수명이 길어진 건 아닙니다. 영유아 사망률이 높고 질병이나 사고로 일찍 죽는 사람이 많아서 평균수명이 짧았던 것입니다. 과거에도 100살 넘게 장수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절대수명은 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한 것 없다는 게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알려진 인간 수명의 한계는 120살입니다.
그러면 과학이 발달하면 절대수명을 늘리는 게 가능할까요? 과학자들의 답은 부정적입니다. 유전자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생물체를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적당한 시기에 없애버리고 그 생물체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새 생물체에게 번식활동을 시키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수명과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1910년경 태어난 1500명을 80년 동안 추적조사한 내용입니다.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어릴 때 밝고 사교적이며 유머감각이 뛰어났던 사람들이 얌전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에 비해 일찍 죽었다는 겁니다. 낙천적인 사람들은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모험을 즐기면서 스스로 수명을 단축한 반면, 걱정이 많고 꼼꼼한 사람들은 건강을 챙기며 오래 살았습니다. 연구는 매일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느긋하고 평안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장수한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2011년 국내에서 발표된 직업별 평균수명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1963년부터 2010년까지 48년간 신문에 실린 3000여 건의 부고 기사와 통계청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가장 장수하는 직업은 종교인이며 평균수명이 80세였습니다. 정치인, 교수, 기업인, 법조인, 고위공직자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언론인, 체육인, 작가, 특히 연예인은 단명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금연과 금주,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욕심을 덜 부리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는 겁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죽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아무리 늘어난다 해도 어느 순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개체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것입니다. 개체로서 생명체는 유한하지만 그 생명체를 만들어낸 유전자는 영속적입니다. 유전자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생명체를 계속 만들면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명의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DNA를 운반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그런 유전자에게 인간이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