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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순수박물관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9-28 06:42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순수박물관
《순수박물관(The Museum of Innocence)》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이 2008년 발표한 소설입니다. 1970년~1980년대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30년에 걸쳐 간직한 지독하고 처절한 사랑과 집착을 독특한 시각으로 다루었습니다.

부유한 상류층 집안의 아들 케말은 약혼녀 시벨과 결혼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먼 친척이자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가난한 젊은 여자 퓌순을 만나면서 삶이 흔들립니다. 결국 케말은 시벨과의 약혼을 깨고 퓌순을 선택하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케말은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린 퓌순을 만나고 무려 8년 동안 그녀를 바라봅니다. 마침내 퓌순이 남편과 이혼하고 케말에게 마음을 열고 재결합을 준비하는 중 푸쉰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케말은 푸쉰과 함께 보냈던 공간과 그녀가 남긴 일상의 흔적들 – 담배꽁초, 귀걸이, 머리핀, 컵, 립스틱 – 같은 사소한 물건들을 평생에 걸쳐 수집합니다. 노년이 된 케말은 이스탄불의 옛집에 퓌순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아 ‘순수박물관’을 건립하고 퓌순을 향한 사랑 덕분에 자신의 삶이 진정으로 행복했다고 회고하며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소설은 ‘기억을 통해 사랑은 어떻게 보존되는가’를 처연하게 보여줍니다. 순수박물관에 전시된 소품들은 케말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증거물들입니다. 과거를 기억할 때 실제 사건 그 자체보다 그와 관련된 사물과 당시의 감정을 통해 더 잘 생각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요.

또 소설을 읽는 동안 사랑과 집착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케말은 퓌순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을 수집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의 삶보다 과거에 점점 더 깊이 갇히게 됩니다. 그의 행동을 순수한 사랑으로 볼지,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집착으로 볼지 고민하게 합니다.
‘순수박물관’은 실제로 부자집 아들인 오르한 파묵 본인이 동명의 소설과 함께 기획하고 현실에 구현한 독특한 박물관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과 기억, 그리고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스탄불 상류층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의 문학팬이나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영감을 주는 장소입니다. 사진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찍었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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