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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박유헌 교수팀, 식품 내 에틸렌옥사이드 검출 해석 '3단계 판단 틀' 제시

이봉진 기자 | 입력 : 2026-09-28 12:31

- K-라면 수출 제한 불렀던 '발암물질' 논란…국내 연구진, 새로운 규제 해법 마련

- 국제 학술지 게재…국가별 상이한 규제 기준 통일할 '공통 언어' 역할 기대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식품 내 발암물질 검출 논란에 대해 단순한 검출 '수치'가 아닌, '증거의 강도'에 따라 규제 조치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국내 연구진의 해결책이 학계에 보고됐다.
(왼쪽부터) 동국대 박유헌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최현서 주무관, 동국대 안유진 연구초빙교수. (사진제공=동국대)
(왼쪽부터) 동국대 박유헌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최현서 주무관, 동국대 안유진 연구초빙교수. (사진제공=동국대)
동국대학교는 식품바이오융합공학과 박유헌 교수 연구팀이 식품 중 에틸렌옥사이드(EO)와 2-클로로에탄올(2-CE) 잔류 문제를 종합 분석한 논문을 식품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Comprehensive Reviews in Food Science and Food Safety(IF=15.6)'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1년 8월, 유럽에 수출된 한국산 라면에서 2-CE가 검출되며 전량 회수 조치됐던 이른바 '발암물질 검출 사태'를 학술적으로 짚어보는 데서 출발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화학 물질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발암물질인 EO는 휘발성이 매우 강해 식품에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규제 당국은 EO가 남긴 '흔적 물질'인 2-CE를 검출해 오염 여부를 판단한다. 당시 유럽연합(EU)은 이 기준을 근거로 2022년 2월부터 한국산 라면에 공인 시험성적서와 정부 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CE 검출만으로 식품의 화학적 오염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2-CE가 EO 관련 화학반응이 있었다는 표지(marker)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경로로 오염이 발생했는지 추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 가지의 농산물 원료와 분말 스프가 섞이는 가공식품의 경우 오염원 추적은 더욱 복잡해진다. 더불어 최근에는 인위적인 훈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식품 내에서 2-CE가 자연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규제 기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해석상의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평가 방식을 고안했다. ▲무엇을 실제로 측정했는가 ▲어떤 형태의 식품인가 ▲공급망 이력이 확인되는가 ▲다른 발생 경로는 없는가 등 4가지 확인 지표를 바탕으로 검출 결과를 3단계로 등급화하는 '판단 틀'을 제시한 것이다.

이 체계에 따르면, 인위적 오염 증거가 강력한 '1단계'에서는 특정 공급자나 로트(생산단위)를 겨냥한 정밀 규제 조치를 내리게 된다. 반면, 여러 가능성이 혼재되어 오염 증거가 약한 '3단계'의 경우에는 '예방적 조치'임을 명시한 상태에서 제한적인 유통 차단만을 적용하게 된다. 즉, 같은 수치의 물질이 검출되더라도 증거의 무게에 따라 행정 조치의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EO와 2-CE 잔류물에 대한 해석과 규제는 국가별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EU는 두 물질을 합산해 사실상 정량한계 수준인 0.02ppm을 엄격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CE를 분리해 잠정기준 30ppm(영·유아용 식품 10ppm)을 설정해 두고 있으며, 미국 역시 두 물질에 별도의 허용 기준을 적용 중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이번 3단계 판단 틀은 향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등에서 각국이 잔류물 정의를 논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해석의 공통 언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유헌 교수는 "현대 과학에서 특정 물질의 검출 한계를 낮추는 기술적 경쟁은 이미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검출된 값이 역학적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국 식품(K-푸드)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겪는 통상 마찰의 상당수는 과학 데이터의 부재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최현서 주무관과 동국대 안유진 연구초빙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동국대 박유헌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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