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반기에만 13.8% 급등...달러 대비 엔화 2.4%, 대만달러 오히려 0.2% 하락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원화 강세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화 가치의 급작스런 강세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료=블룸버그통신, iM증권
iM증권은 13일 최근 코스피가 미국 등 주요국 증시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 국내 증시의 수급 악화와 함께 원화 가치의 가파른 상승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가 경쟁국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변동성까지 커진 것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국 증시를 크게 웃돌았지만, 지난 7월 이후 흐름이 뒤바뀌었다.
전일 종가 기준 나스닥지수는 6월 말보다 3.9% 올랐지만, 코스피는 24.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증시는 1.4% 내렸고 대만 증시는 6.8% 올라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박 연구원은 이어 "국제유가 불안과 국채금리 급등 등 대외 여건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유독 약한 이유로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과 악화한 수급 여건을 꼽았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는 7∼8월 다소 줄었다가 9월부터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하반기 들어 유독 가파르게 오른 원화 가치가 외국인의 매도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iM증권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상반기 7.6% 떨어졌다가 지난 12일까지 하반기에만 13.8%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 상승 폭은 1.4%, 엔화는 2.4%에 그쳤고 대만달러는 오히려 0.2% 하락했다.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빠르게 강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을 팔 때 환율에서도 이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게 박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코스피지수가 13일 4%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국내 주가가 조정받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발생하면서 외국인의 매도 심리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만으로 현재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도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환율과 외국인의 주식 매매 간 상관관계가 극도로 약화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원화가 강해지면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코스피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관계도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동안 코스피는 크게 올랐고, 반대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6월 이후에는 코스피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이 해소되려면 환율뿐 아니라 반도체 업황도 회복돼야 한다고 봤다. 국내 증시가 앞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등했던 만큼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의 모멘텀(동력) 둔화가 국내 증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