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음식을 일반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식당은 중국집이 유일했습니다. 보통 ‘철가방’으로 은유되는, 겉에 붉은색 페인트로 ‘XX반점’이라는 식당상호가 쓰여진 사각형 알루미늄 배달통에는 주로 짜장면이나 짬뽕, 군만두가 들어 있고 무슨 특별한 일이 있으면 탕수육 정도가 추가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배달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배달천국’이 됐습니다. 기어이 기업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배달의 민족’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성과입니다. 집에서만 배달을 시키는 게 아니라 공원 같은 야외에서도 치킨은 기본이고 심지어 요즘 한강공원은 근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를 배달시켜 먹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편의성을 앞세운 배달문화의 확산은 먹는 방법은 물론 음식 레서피나 조리하는 과정까지 바꾸었습니다. 배달이 음식 맛이나 먹는 방법을 바꾼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탕수육의 ‘부먹’ ‘찍먹’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원래 탕수육은 찍어 먹는 게 없었습니다. 배달 도중에 튀김옷이 눅눅해지는 걸 막기 위해 아예 소스를 따로 내는 데서부터 ‘찍먹’이 시작됐습니다.
식당에서 먹을 때보다 배달음식이 맛이 떨어지는 경우, 결정적인 요인은 시간입니다. 요리하자마자 바로 음식을 내주는 매장과 달리 배달은 평균 20~30분 정도 걸립니다. 주말이나 비, 눈 같은 악천후 때는 그보다 더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배달시간이 길수록 음식은 수분을 많이 흡수합니다. 특히 면류가 심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면 전체에 수분이 스며들어 푸석하고 쉽게 끊어져 맛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배달’ 하면 중국집이 거의 유일하던 시절, 중식 업계에선 짜장면, 짬뽕의 면이 붓는 걸 최대한 늦추기 위해 알칼리성 첨가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알칼리 성분은 면을 덜 불게 하고 쫄깃하게 유지시키기 때문입니다. 밀가루에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알칼리를 만나면 노랗게 색이 변하는데 짜장면과 짬뽕 면발이 노란빛을 띠는 이유입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배달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970~80년대까지 짜장면과 짬뽕의 면이 노랗지 않았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배달음식 맛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온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음식의 온도가 10도 식을 때마다 향은 2배씩 약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요리하자마자 바로 먹지 못하는 배달음식은 그래서 향을 더 강하게 조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음식이 간이 세지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해야 집에서 배달 받아 먹어도 매장에서 먹을 때와 비슷한 맛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식당은 같은 음식인데 매장 레시피와 배달음식의 레시피를 다르게 해서 조리합니다. 예를 들어 부대찌개의 경우 배달시켜서 집에서 먹으면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조금 더 짜고 자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탕, 국 같은 국물음식은 먹는 사람이 짜고 자극적인 양념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맛의 보존, 배달을 둘러싼 비용 갈등, 과도한 쓰레기 양산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번 들인 ‘배달음식’의 편리함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