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유행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외식 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3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1998년 출범해 현재 전국 20개 직영 업장을 운영하며 국내 정통 일식 시장을 이끌어온 긴자가 최근 메뉴 개편을 단행하며 식도락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고급 일식의 뼈대와 서비스는 엄격하게 유지하되, 평일 저녁이나 주말 가족 외식 등 일상적인 수요까지 폭넓게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 1인 코스로 바꾼 일식 상차림
전국 20개 매장을 100% 직영으로 운영 중인 긴자는 국내 일식 외식사의 굵직한 이정표를 세워온 브랜드다. 과거 ‘대·중·소’ 단위로 활어를 주문하던 관행을 깨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1인 코스’ 문화를 업계 최초로 정착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일행이 함께 먹을 회의 양을 정하던 방식에서 각자 즐길 코스의 구성을 고르는 방식으로 선택의 기준을 바꾼 셈이다.
트렌드를 선도하면서도 식재료를 다루는 원칙은 보수적이다. ‘물도 음식이다’라는 경영 철학 아래 식전 차 하나도 국내산 겨우살이로 우려낸다. 프락토올리고당을 활용한 저당 조리법, 직접 담근 저염 숙성 간장, 천연 육수 사용 등은 화려한 기교보다 먹는 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는 긴자의 뚝심을 보여준다.
◇ 비용 부담 낮춘 저녁 정식 신설
이번 메뉴 개편은 ‘문턱 낮추기’에 초점을 맞췄다. 상견례나 비즈니스 접대 등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편안한 미식 공간으로 다가가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된 ‘저녁 정식’이다. 매생이 전복죽부터 모둠 사시미, 생선 조림, 돌솥알밥에 이르기까지 14가지 요리가 촘촘하게 이어진다. 퇴근길 직장인들이나 데이트 코스로 비용 부담 없이 정통 일식을 즐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메뉴를 마련했다. ‘주말 가족 코스’는 어른들을 위한 벤토 스시마키와 개운한 민물새우탕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탕수어와 가라아게 등을 더해 세대 간 입맛의 간극을 줄였다.
낮 시간대 직장인과 주부 모임을 겨냥한 ‘점심 정식’ 역시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정통 일식 코스를 프라이빗 룸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여기에 미식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시오빵야키 화산쇼’ 등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테이블 퍼포먼스를 일부 코스에 도입해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체험형 다이닝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 프라이빗 룸과 세심한 오모테나시, 외부 평가도 합격점
긴자가 프리미엄의 가치를 지켜내는 또 다른 축은 공간과 서비스다. 긴자의 전 좌석은 독립된 프라이빗 룸으로 설계돼 타인의 시선과 소음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된다. 여기에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으로 고객의 동선과 취향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 서비스를 접목해 방문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특히 일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상견례 장소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예약 목적에 맞춰 전통 원앙 세트와 꽃 장식, 맞춤형 테이블보를 세심하게 세팅하는 것은 물론 전담 직원이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으며 필요한 요리를 적시에 내어준다. 긴자가 웨딩 업계에서 상견례 선호도 1위 브랜드로 거론되며 귀빈 접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유다.
가족 행사와 비즈니스 모임을 위한 공간은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쓰였다. 인천 송도유원지점에서는 ‘빈센조’, 경기 일산점에서는 ‘모범택시3’, 서울 청담 BLUE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촬영했다.
긴자의 맛과 서비스는 외부 평가에서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2025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프리미엄 일식 부문 대상과 올해 ‘2026 대한민국 올해의 히트상품대상’ 정통 일식 부문 대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미식 가이드인 ‘블루리본 서베이’에 4년 연속 등재되는 성과도 거뒀다.
긴자는 지난해 연간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고물가에 따른 외식업계 한파 속에서도 맛과 환대라는 기본기를 무기 삼아 서울 핵심 상권으로 조용히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진] 긴자가 선보인 정통 일식 코스 요리. (제공=SFG)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