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야장’ 같은 식당에서 찍었습니다. 얼마 전, 영국의 여행.문화 전문매체인 《타임아웃》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순위’에서 서울의 종로3가를 1위로 선정했습니다. 매체측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현지 전문가와 편집자들의 추천을 받아 음식과 음료, 특색 있는 지역상점, 거주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고 밝혔습니다.
파리와 뉴욕 등지의 유명한 동네들을 제치고 1위로 뽑힌 종로3가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여서 전통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공예작업실 같은 개성 있는 독립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어 젊은 세대가 찾는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익선동 한옥골목과 포장마차 거리를 매력적인 장소로 꼽았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소비문화와 만나는 그 불완전한 공존을 현대인의 정서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움으로 인정한 것이지요.
나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첫째는 획일화된 도시에서 발견하는 ‘불규칙성의 재미’입니다. 서울의 많은 상업공간은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대형 프렌차이즈, 세련된 인테리어, 정돈된 보행환경 등 유사한 소비경험이 반복됩니다. 반면 종로3가는 좁은 골목과 낡은 건물, 오래된 식당과 현대적인 카페, 전통 상점과 새로운 문화공간이 뒤섞여 있습니다. 일종의 ‘공간의 비균질성’이 주는 우연한 이벤트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둘째, ‘레트로 열풍’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는데 종로3가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과거가 재현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건물과 상점, 생활방식이 현재에도 실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를 ‘박제한 전시관’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움직이며 색다른 ‘공간체험’을 맛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종로3가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동안 젊은 세대의 소비문화에서는 벗어나 있었습니다. 주류 상권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오래된 가게와 생활문화, 기존의 비주류 공간이 상당 부분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도시사회학에서 말하는 ‘제3의 장소’와 개념이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세대 간 교류가 아니라 공간을 둘러싼 서로 다른 생활양식과 정체성의 공존을 뜻합니다.
마지막은 요즘 사람들은 완성된 공간보다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와 정형화된 서비스도 좋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자기 취향을 발견할 여지가 있는 장소에 매력을 느낍니다. 장소를 탐색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그래서 거리와 공간이 ‘핫’해지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소비형태로 자리잡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브랜드를 예를 들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언더아머’는 40대 ‘아재’들이 입으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듯이, 트렌디한 관점에서 보면 ”힙(hip) 〉 핫(hot) 〉 대중적 인기(popular)” 의 순서로 흐르는데 ‘핫’해지면 ‘힙’한 사람들은 발길을 끊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 ‘핫’한 사람들도 떠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힙’한 종로3가도 곧 ‘핫’해졌다가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되고 그러다 소멸하는 과정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한번 지켜보시죠.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