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포털 뉴스서비스의 신뢰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포털에서 가짜 뉴스를 막기위해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가칭)를 법적기구로 설치하는 것을 추진한다. 가짜뉴스를 척결한다는 취지인데 이에 전문가들과 ICT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하고 과잉입법, 산업 역동성 저해, 국내 기업 역차별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박성중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전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포털 및 미디어플랫폼 신뢰성·투명성 제고방안 발표하면서 그 일환으로 전문가 중심의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법적기구로 포털 내부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정부가 검증에 직접 개입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법으로 위원회의 인적 구성, 자격 요건과 업무 등을 규정하고, 뉴스 등의 배열, 노출 등에 대한 알고리즘 기준을 검증해 그 결과를 국민께 공개토록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성중 위원은 "필요하다면 중립적인 외부기관으로 만들되, 그 경우에도 정부의 역할은 위원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창궐했다.당시 구글과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며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들의 핑계는 역시나 알고리즘이었다"고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카카오도 알고리즘이라는 '가면' 뒤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알고리즘이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사람의 편집' 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끝없이 제기되고 있는 포털 뉴스 알고리즘 논란
포털 뉴스 중립성 논란은 역대 정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이슈다. 네이버, 카카오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른 자동 노출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9월 국회에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압박 논란 직후 포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인공지능(AI) 뉴스 편집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화제가 됐다.
이재웅 전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AI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규칙 기반의 AI는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털의 AI 뉴스편집 가치중립성을 위해 감사시스템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해 3월에 포털이 인터넷 뉴스 기사의 배열과 검색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을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번 인수위 알고리즘위 설치안도 이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해외도 사례 전무…실효성 의문"
포털 중립성이나 AI 알고리즘에 따른 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알고리즘위원회를 제도화하는 문제는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전문가들과 업계에서 제기된다.
알고리즘이라는 게 자동차를 분해해서 부품을 확인하는 식의 구조가 아니고 끊임없이 변동하는 방식인데 이걸 법적인 지위의 위원회 조직이 나서면 알고리즘이 경직화되고 더 나아가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포털이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위원회 조직이 오히려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선 알고리즘이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관련된 부분인데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 기밀 유출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또 해당 법제 적용 시 국내 기업에게 역차별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막강한 자본력과 점유율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날개는 달아주지 못할 망정 또 하나의 모래 주머니를 다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업자의 자율로 둬도 알고리즘이 충분히 투명하게 작동할 수 있는데 법으로 의무화한다면 과잉 입법, 산업 위축과 역동성 저해, 또 하나의 진입장벽 추가 등이 우려된다"며 "규제의 비용에 비해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의 경우에는 지난 2018년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통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해왔으며, 지난해 8월에는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안창현 한림대 건강과뉴미디어연구센터 연구교수는 "구글 내 외국 사례에서도 알고리즘이 뉴스를 찾아준다고 해서 내부에 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사례나, 비슷한 사례가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투명성 위원회를 설치해도 뉴스 제휴평가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편향성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CT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 법적 지위를 갖는 내부 위원회를 설치해 들여다본다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 등의 우려가 있다"며 "구글 등에서도 관련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