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간간이 수면 위로 올라오긴 했지만 파리올림픽은 각 종목별 협회의 운영방식과 문제점을 속속들이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이 소용돌이 가운데 유일하게 평온한 단체가 대한양궁협회입니다.
작년 말 한국 양궁 60주년 행사에서 정의선 양궁협회장이 연설 중에 한 말입니다. “어느 분야든 최고 자리까지 올라가는 건 너무나 힘들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은 40년 동안 세계 양궁을 지배한 한국 양궁이 ‘이 전통을 자칫 내가 무너뜨리면 어떡하지’, 라는 대표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을 이해한다는 공감의 표현이었습니다.
연설은 이어집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정하게 경쟁했는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일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가치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설이 있은 8개월 후 양궁 선수들은 그 압박과 부담감을 이겨내고 올림픽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습니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 정 회장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언론에 “제가 선수들에게 얹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잘 좀 찍어주십시오.”라고 말하며 대회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반면 메달을 딴 선수들은 하나같이 협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언급했습니다. 공감, 이해, 지원 여기에 하나 더 공정이라는 가치가 있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양궁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대표선수를 뽑았습니다. 명성, 과거 성적, 학연, 연줄 따위가 작용할 여지는 없었습니다. 바로 직전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도 이번 올림픽을 TV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미국인 장성, 독일인 장교, 일본인 하사관 그리고 한국인 사병으로 군대를 꾸리면 세계 최강이다’. 미국은 전략, 독일은 전술, 일본은 매뉴얼이 강하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사병을 한국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한국사람 개개인의 능력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보면 좋은 지도자는 이 우수한 젊은이들을 이끌고 강한 국가를 만들었고, 능력 없는 지도자는 나라를 말아먹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지금의 아저씨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꼰대아저씨인가요, 키다리아저씨입니까’. 최악은 자신이 키다리아저씨인 줄 아는 꼰대아저씨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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