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야마입니다. 요즘 일본의 사회문제 중 하나가 ‘노노상속’이라고 합니다. ‘노노상속(老老相續)’은 말그대로 늙은 부모가 자기 재산을 늙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사망자 나이가 8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70% 이상)입니다. 3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산 상속자들도 60세 이상이 52%나 됩니다. 절반 이상이 60세가 넘어서야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게 됩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고민거리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돈이 돌지 않고 자산이 머물러 있는 건 국가경제엔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자산의 60%를 고령층이 갖고 있는데 이들은 웬만해선 투자나 소비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는 투자나 소비를 할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돈이 고령층에 고인 채 돌지 않는 건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진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수명이 늘어난 데다 장수에 대비해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재산을 쌓아두려는 노인들의 생활태도와 맞물려 있습니다. 실제로 70세 이상 노인가구의 평균소비는 전체 가구보다 적고 평균 저축잔고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노상속 문제는 한국도 이미 진행 중이거나 머지않아 닥칠 문제입니다. 전문가들도 고령층의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기 위해 현실적인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충고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좀 다른 기류가 포착돼 흥미롭습니다.
노인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재산을 다 쓰고 가겠다고 하는 노인이 늘고 있습니다. 네 명 중 한 명꼴입니다.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고 자녀에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트렌드는 이전 세대보다 경제력과 교육수준이 높은 1차 베이비붐(1955~1963생)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노인을 정의하는 연령이나 장례방식 등 가치관의 변화가 두드러진 게 특징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버지가 계시니까 상속을 받는다면 ‘노노상속’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물려받을 재산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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