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2023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라고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5170만 인구가 35년 후인 2060년에는 3580만으로 쪼그라들고 형제도 자녀도 없는 홀몸 노인들이 넘쳐나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됩니다. 생산인구는 줄어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경제는 회복될 가망이 없고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사람이 안 사는 ‘유령마을’이 속출합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끝났다는 겁니다.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국내외 통계와 수치, 논문 등을 바탕으로 학자들의 자문까지 거친 예측이라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에 달린 “한국은 단지 인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희망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댓글은 의미심장합니다. 학교와 직장에서 강요되는 지나친 경쟁, 행복하지 않은 어린이, 불안정한 일자리, 비싼 주거비용 등을 해결하지 않고 돈만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정책을 꿰뚫어 본 정곡을 찌르는 말입니다.
현재 저출생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응축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불평등과 생존경쟁,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 투기에 따른 높은 주거비, 지역 소외 같은 것들 모두가 청년들의 삶을 불안으로 몰아넣는 요인들입니다. 여기다 유리천장과 성별 임금격차 등으로 대표되는 성차별 구조는 여성으로 하여금 아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도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희망을 걸어볼 만한 전환점 중 하나가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안타까운 건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어떤 후보에게서도 희망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여권의 지지율 높은 후보자들 면면을 보면 누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여성, 노동, 복지 등에서 모두 퇴행을 보인 전직 대통령을 이어갈 태세입니다. 야당 후보도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 불평등, 노동환경 개선을 떠들면서도 공약은 신도시 건설, 광역철도 확대 등 개발정책으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저출생으로 야기되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경제동력 상실, 지역불균형 심화, 개인고립 등이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재 다뤄야 할 국가 아젠다에서 인구문제는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끝났다’는 비관 대신 희망과 미래를 밝게 바라볼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는 어디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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