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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2단지 조합원 대상 ‘삼성물산 버스 투어’ 입주민과 갈등

신용승 기자 | 입력 : 2025-05-20 13:16

입주민 사전 동의 없는 방문에 울분…"우리 단지가 동물원이냐" 한탄도 이어져
서울시·강남구 개별 홍보 금지 ‘상생협약’ 위반 논란…적발 시 입찰 무효 제재도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 5월 초 황금 연휴를 전후한 기간 서울 서초구 A아파트 단지에 관광객 무리로 보이는 인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단지 내 조경이나 아파트 외관의 사진을 찍고 인솔자인듯한 이의 설명을 들으며 단지 곳곳을 누빈다. 흡사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소를 방문한 것을 연상케 한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커뮤니티에 단지를 찾은 낯선 이들이 의문스럽다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정체는 인근 압구정2구역 조합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을 특정 아파트 단지에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해 해당 단지 입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20일 A아파트 커뮤티니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기존 준공한 아파트의 시설에 압구정2단지 조합원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기존 준공한 당지를 직접 방문해보고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입주민들은 불쾌함과 동시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한 부동산 카페에는 “며칠 전부터 누군가 인솔하는 듯한 무리가 단지 안을 돌며 사진을 찍고 구조를 살펴보고 있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있던 상황이라 매우 불쾌하고 불안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일부 입주민들은 "우리 단지가 동물원이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을 초청해 진행한 일종의 ‘버스 투어’ 참가자들이었다. A아파트 입주민들은 버스투어에 대한 사전 동의나 공지가 없었다고 토로한다. 사전 동의서를 받는 절차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외부인들로 인해 불안함이 커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A단지를 찾은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A단지를 찾은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게시글에는 “거주 공간은 쇼윈도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여기가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 맞느냐”고 울분을 토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7억 주고 페라리 사서 주차해 놨는데, 내 차 앞에서 수십 명이 몰려와 사진 찍으면 기분이 좋겠냐”, “50억 주고 산 아파트에 제재없이 아무나 돌아다니면 누가 불쾌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단지 투어는 입주민과 조합원 사이의 불편을 넘어서 법적·제도적 위반 논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는 8개 건설사와 ‘공정 수주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개별적인 홍보 금지 및 위반 시 해당 업체 입찰 참가 무효’와 ‘금품·향응 금지’ 등이 명시돼 있다. 재건축이 활발히 이어질 강남구는 자칫 건설사들의 과도한 출혈경쟁과 조합원간의 갈등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준공단지 투어는 물론 조합의 사전 승인 없는 홍보 자료까지 배포하며 강남구와의 협약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념품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합 측은 “승인되지 않은 자료는 배포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이러한 행위가 홍보 가이드라인에 벗어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달 초, 압구정2구역 조합과 시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사전홍보 과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자제를 당부했으며, 강남구에도 공문을 보내 개별 홍보 특별 단속을 주문했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15조 3항에는 “건설업자등의 임직원,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홍보 등을 위해 계약한 용역업체의 임직원 등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조합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에게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다. 제10조 3항에는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 사은품 제공 등을 한 행위가 1회 이상 적발된 경우에는 해당 입찰참여자의 입찰 참가는 무효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1차 공고 이전에 진행된 단지 내 버스 투어 활동도 ‘실질적 사전홍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은 상태로, 관련 가이드라인 정비에 착수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정 수주를 외치는 기업이 정작 자사 브랜드 단지에선 사생활 침해와 홍보 과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면, 자격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이 반복된다면, 기업의 윤리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만큼,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개선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단지투어를 나선 듯 단지를 올려다보는 조합원들/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단지투어를 나선 듯 단지를 올려다보는 조합원들/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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