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대학팀 김선영 기자] 단국대학교 조병기 교수 연구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태주 교수팀과 공동으로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분극을 유지하는 강유전 액정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소재는 미세공정에 적합하면서도 전원이 차단돼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지녀, 차세대 초고밀도 메모리 소자 구현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는 고속 처리에는 적합하지만, 전력이 차단되면 데이터가 소실되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소자 집적도 측면에서도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 가운데 강유전성은 외부 전기장이 없어도 일정한 분극 상태를 유지하며, 전기장을 통해 분극 방향을 바꾸고 해당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저전력 메모리 구현에 유리한 물성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강유전성 소재를 반도체에 활용하려면 소자 크기를 나노미터 단위로 줄이면서도,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분극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 과제가 있었다. 특히 기존 강유전체는 전원 차단 시 일부 정보가 사라지거나 분극이 불안정하게 유지되는 문제로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트라이아졸(triazole) 기반의 유기 화합물에 액정의 자발 배열 특성을 더해, 지름이 3나노미터에 불과한 나선형 원기둥 구조의 강유전 액정을 개발했다. 이 구조는 상온에서도 분극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필요 시 분극 방향을 전기장에 따라 전환할 수 있어 비휘발성 고밀도 메모리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선형 액정 구조를 통해 고온에서도 분극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FeRAM 같은 차세대 메모리 소자 설계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유연 전자소자, 전자 종이, 압전 센서,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독일 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2025년 5월호에 「Helical Columnar Liquid Crystal Exhibiting Both Polarization Retention and Ferroelectric Switching at Room Temperatur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