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같지도 않은 장마가 일찌감치 끝나고 찜통처럼 무덥더니 요 며칠 내린 비가 그나마 더위를 식혀 주었습니다. 매년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역대급’이라고. 그 더웠던 2023년 여름을 ‘서늘하다’고 표현한 사람은 NASA의 한 기후학자였습니다. “우리는 남은 인생에서 가장 서늘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면서 해가 갈수록 점점 더워질 거라는 말이 실제 현실이 돼 가는 중입니다.
더위를 좀 식히려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빌렸습니다. 일본에선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회장은 저서만도 40여 권을 쓴 살아 있는 CEO입니다. 그의 젊은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열 살에 결핵을 심하게 앓은 뒤 건강이 좋지 않아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가고 싶던 의대가 아닌 가고시마 공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 취업에 실패하고 작은 기업에 들어갔습니다. 젊은 시절 이나모리 회장의 삶은 한마디로 결핍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후에 그가 밝혔듯이 건강이 좋지 않아 몸을 늘 강건하게 유지하려 애쓰고,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 인맥 대신 실력으로 증명해야 했으며, 창업한 교토세라믹은 작은 기업이라서 다른 회사보다 더 노력하고 더 일해야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결핍은 부족하고 어려운 조건이지만 때로는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게 힘을 주는 동력원이기도 합니다.
이나모리 회장은 말합니다. 인생이든 일이든 결과는 ‘능력X열정X사고방식’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능력은 타고난 자질, 건강, 재능 같은 겁니다. 후천적 노력으로 얻기도 하지만 실력도 타고난다고 봐야 합니다. 열정은 성취하고자 하는 열망, 노력하는 마음, 자신의 의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전형적인 후천적 요소입니다. 이 두 가지는 0부터 100까지 점수로 매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이 ‘사고방식’인데 이것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사고방식은 살아가는 자세, 마음에 새긴 철학, 이념과 사상 등이 포함됩니다. 사고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앞의 두 요소와 달리 0 아래, 즉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90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게을러서 30의 열정을 보인다면 그의 성과는 2700입니다. 이에 비해 보통 사람 정도인 60의 능력이지만 90의 열정을 보인다면 그 사람의 성과는 5400이 됩니다. 여기에 사고방식을 곱해야 합니다. 사고방식은 (+)측면과 (-)측면 모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마이너스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실력과 열정도 높여야겠지만 좋은 인성과 착한 마음, 긍정적인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2025년 지금은 정치, 경제, 세계사적으로 격변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혁명처럼 다가온 AI시대에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모범답안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는 능력 아닐까 합니다. 정해진 공식에 따라 모범답안을 찾아내는 과거의 인재가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 속으로 뛰어들어 없던 길을 찾아내는 새로운 인간형입니다. 과거 경험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숙제들이 계속 주어지는 시대입니다. 책에서, 학교에서 공부해서 시험 잘 보는 북스마트(Book smart) 말고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고, 현장에 강한 스트릿스마트(Street smart)가 먹히는 시대입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오늘의 새로운 리더가 내일의 오래된 보스(꼰대)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성공에는 도취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나모리 회장처럼 결핍을 스스로 설계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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