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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모든 게 꿈 같다

입력 : 2025-07-25 08:03

[신형범의 千글자]...모든 게 꿈 같다
폭염 탓에 모기가 사라졌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며칠 비가 쏟아지더니 다시 살아난 모양입니다. 밤새 모기한테 뜯겨 가려워서 마구 긁어댄 것 같은데 아침에 보니 흔적도 없고 가렵지도 않습니다. 모기가 진짜 있었는지, 꿈에 나타난 걸 착각한 것인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기인지(胡蝶之夢) 헷갈렸던 장자(莊子)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문득 깨닫습니다. 힘들다고 아우성치던 시간도 지나고 나면 다 꿈처럼 느껴집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꿈이고 지금 사는 인생도 조금 긴 꿈과 같다는 걸 자꾸 잊어버립니다. 삶이 그렇습니다. 공짜로 받은 것인데도 불평투성이입니다. 선물처럼 받은 남은 삶을 이제부터라도 고맙게 여기겠다고 마음먹지만 언제 또 까먹을지 모릅니다.
환갑에도 여전히 ‘어린왕자’ 수식어가 어울리는 가수 이승환이 내란으로 나라가 둘로 갈라졌을 때 헛소리하는 늙은 꼰대들을 향해 일갈했습니다. “얕고 알량한 지식과 빈곤한 철학으로 긴 세월 동안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이라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홍세화 선생이 살아 있을 때 누가 물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괜찮은 건가?”냐고. 그렇지 않은 적이 별로 없는 나라이긴 하지만 정국이 유독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였으니까요.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왔으면 오늘처럼 젊은이들이 촛불을 들 일은 없었을 겁니다. 나와 내 세대가 잘 살아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내가 사과를 해야지요. 미안합니다.”

모두 자신은 옳고 상대가 잘못됐다고 비난할 때 홍세화는 젊은이들에게 사과한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을 어른이라고 하는 거구나’라고. 인터뷰어는 또 물었습니다.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는 간단히 말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존경할 만한 어른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사람이란 완성될 수 없는 존재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어른은 완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스스로를 끝없이 돌아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멀리서 지켜본 그는 실제로 늘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다시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왠지 “안 아프고 마음 편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습니다.

나도 오래 살아서 나보다 젊은 누군가가 좌우명이 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야겠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간밤에 꿈을 꾸었는지, 실제로 모기한테 시달렸는지 아침부터 횡설수설했습니다. 찜통 같은 폭염이 기승인데 다들 즐거운 주말,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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