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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AI판사가 더 낫겠다?

입력 : 2025-07-24 08:09

[신형범의 千글자]...AI판사가 더 낫겠다?
관심을 끄는 이슈가 생겼을 때 가끔 국민정서와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을 보고 어리둥절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판기 커피를 뽑기 위해 400원씩 두 번, 800원을 횡령한 시내버스 기사에 해고 판결을 내리거나 성접대를 포함해 수억 원대 뇌물을 받은 고위 공직자는 무혐의 판결을 내린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도 국민이 이해 못할 판결은 많습니다. 그런 판결의 공통점이 법은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피의자가 재벌, 정치인, 법조계, 고위공직자일 경우에 내린 한없이 관대한 판결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 판사 도입이 시급하다”고 댓글을 답니다. 여기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엔 첨단과학에 대한 믿음도 있지만 사실은 공정한 판결, 시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내린 수많은 판결을 학습한 AI판사가 인간판사보다 양형 판결을 더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흔히 데이터는 객관적이고 숫자는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은 인간과 달리 계급, 종교, 정치, 지역, 성별에 따른 편견도 없는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판결을 온전히 인공지능에 맡겨두자니 뭔가 찜찜합니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뭐가 있을까요” 첫째, AI가 학습하는 과거 판결문이 이미 편향됐거나 오염됐을 수도 있습니다. 고위층, 재벌에 대한 관대한 판결이 반복됐다면 AI는 그것을 정상적인 판례로 인식할 것입니다.

둘째, AI는 법률적, 논리적 정합성은 높지만 정의, 도덕, 맥락, 인간적 고민 등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왜’라는 윤리적 판단보다 ‘이전 판례와 얼마나 비슷한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셋째, 양형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인간적 요소들을 반영할 수 없습니다. 진심 어린 반성, 피해자의 용서, 사회적 영향 등 정성적 요인들은 무시되기 쉽습니다.
넷째, 법 해석이 창의적으로 발휘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기존 법의 한계를 넘어선 판단이나 시대와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법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없던 디지털범죄나 AI 관련 판결일 경우 AI판사는 ‘선례 없음’ ‘판결 불가’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밖에도 사법부는 단순히 판결을 내리는 도구가 아니라 시민들이 신뢰하고 누구나 정당하다고 느껴야 그 효력이 유지되는데 AI가 내린 판결이라서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오판이나 불공정 판결에 대한 책임을 질 주체가 없습니다.

결국 판사는 사실 확인과 가치 판단을 거쳐 판결을 내립니다. 판결문을 하나의 데이터로 받아들여 AI판사를 보조로 활용하는 건 의미 있고 실용적입니다. 문제는 가치판단의 영역입니다. 사회는 시간에 따라 변하고 사람의 가치판단도 바뀝니다. 판결의 기준은 당시 현행법이며 법률은 인간사회의 반영입니다. 판사는 판례라는 빅데이터에 얽매여 기계적인 판결을 읊조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회적 데이터의 편향을 인식하고 판결에 반영해야 합니다. 인간이 인간임을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인간적인 판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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