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지배구조 강화하기 위해 자진상폐 준비까지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신성통상의 편법 증여와 내부거래를 경찰이 주시하고 있다. 신성통상의 편법 증여 의혹은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신성통상은 토종 SPA 브랜드인 탑텐을 비롯해 지오지아, 폴햄 등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탑텐은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부상하며 국민 브랜드 반열이 오르기도 했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최근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염태순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배임·횡령은 물론 지난해 국회에서 문제제기된 바 있는 편법증여와 내부거래까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수사가 국세청 세무조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기업 가나안이다. 가나안의 지분이 53.94%에 달하며 23.22%, 염태순 회장의 세 딸인 혜영·혜근·혜민 씨가 각각 5.3%씩 보유하고 있다. 염 회장의 지분은 2.21%이다. 가나안의 지분은 염 회장의 장남 염상원 이사 82.43%를 보유했다.
신성통상의 편법 증여 의혹은 지난해 국회를 뜨겁게 달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미성년자였던 염상원 이사의 가나안 지분율이 늘어나면서 주식 매입을 위한 재산 형성 과정에 의문에 제기됐다. 2011년 당시 만 19세인 염 이사는 가나안의 지분을 80% 이상 확보했던 것. 사실상 신성통상에 대한 지배기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당시 10대 나이에 이미 막대한 부를 보유한 염상원 이사를 중심으로 편법 증여 의혹과 재산형성 과정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염 회장은 2021년 세 딸에게 신성통상의 지분을 각각 4%(574만8336주)씩의 지분을 증여했다. 세 자매는 증여 받은지 석달만에 100만주를 가나안에 매각하며 장남의 지배력에 힘을 보탰다.
국회에서는 세 자매가 내부거래를 통해 염 이사가 지배하는 가나안에 매각함으로써 편법 증여와 배임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 과정에서 세 자매는 22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폐지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 강제수사가 이뤄진 후 신성통상은 지난 17일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자진 상장 폐지는 지분율 95%면 가능하다. 가나안의 지분 53.94%, 에이션패션과 염 회장, 자녀들의 지분을 포함하면 자진 상장혜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앞서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지난해 6월 공개매수를 실시하며 사전에 자진 상장 폐지를 준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성통상이 자진 상폐로 상장사 지위에서 벗어나면 회사에 쌓인 이익잉여금이 사실상 오너 일가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성통상이 승계를 위해 수년에 걸쳐 무리수를 뒀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을 끌어올리면서 사전에 치밀하게 상장폐지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기업이 많은 패션기업들 상당수가 승계를 고민하지만 이처럼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 브랜드(탑텐)가 승계와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편법을 일삼았다는 사실에 상당 수 소비자가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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