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가정은 누구에게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배우자의 폭력이나 폭언으로 인해 가정 내 평화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은 결코 단순한 부부싸움이라 할 수 없으므로, 가정폭력이혼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민법은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반복적인 폭행이나 언어폭력, 즉 가정폭력은 ‘심히 부당한 대우’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다. 그중에서도 112 신고 내역은 매우 강력한 증거로 인정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 출동 기록과 당시 상황, 조치 내용이 모두 공식 문서로 남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신뢰도가 높다. 신고 후 1년 이내에는 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사건처리내역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가능한 한 빠르게 신청하는 것이 좋다.
신체적인 상해가 발생했다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도 중요하다. 상처 부위는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고, 병원 진료 기록이나 의사의 소견서도 함께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폭력이나 협박, 언어적 학대 상황을 녹음하거나 녹화해 두는 것도 매우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당사자 간의 대화는 법적으로 녹음이 가능하고, 실제 재판에서도 폭력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로 채택된다. 가능하다면 다툼이나 협박이 오가는 상황의 음성이나 영상 파일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폭력을 목격한 가족이나 이웃, 지인의 진술도 보조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주변인의 진술서는 폭력이 일회성이 아니었고 반복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부서진 가구나 어질러진 방 안 등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사진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가정폭력 문제로 상담을 받았던 이력이나, 당시 심정을 기록한 일기장 등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폭력이 계속되거나 재발 우려가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112에 신고한 후 임시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경찰은 가해자의 주거지 퇴거, 접근금지, 연락금지 등 긴급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 조치는 최대 6개월간 유지된다. 이후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보호조치를 1년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피해자가 안전하게 이혼 절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폭력이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법원은 가해자에게 친권을 제한하거나 면접교섭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자녀 보호를 위한 임시양육자 지정 신청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혼과 함께 양육비 청구 역시 가능하므로, 자녀와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준비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재산 문제다. 이혼을 앞두고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재산에 대한 가압류나 가처분 신청을 통해 미리 방어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 단계부터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법무법인YK 창원분사무소 나자현 변호사는 “많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다가 법적 대응 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는 PTSD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고, 자녀 역시 깊은 상처를 입는다. 하루라도 빨리 법적 절차를 개시해야 폭력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