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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1구역 재개발 ‘편향 지침’ 파문…조합·특정건설사 유착 의혹 확산

이종균 기자 | 입력 : 2025-08-19 12:00

조합 임원 향응 의혹 이어 입찰지침마저 ‘기울어진 운동장’에 공분

로열층 배제·무한책임 준공 등…조합원 이익 외면한 독소조항 포함

조합원 반발 속 조합지침 홍보에 나선 특정사…수의계약 우려 증폭

입찰지침 재검토 여부에 대한 조합원 설문 결과./조합원 제공
입찰지침 재검토 여부에 대한 조합원 설문 결과./조합원 제공
초대형 재개발 사업 중 하나인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구역(이하 성수1구역)이 이번엔 특정 건설사에 유리한 입찰지침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일며 논란에 휩싸였다.

성수 1구역은 앞서 조합 일부 임원들이 특정 건설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구체적 제보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합원들의 공분을 샀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시공사 입찰 절차마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 휘말리며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성수1구역은 최고 65층, 3000가구 규모에 공사비만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사업지다. 그만큼 시공권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사들의 경쟁을 통해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특정 건설사 몰아주기’라는 의혹이 제기된 입찰지침으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조합원들은 “조합원 이익을 위한 지침으로 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19일 조합원 제보에 따르면 이번 입찰지침에는 조합원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독소 조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합원들이 꼽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는 △입찰지침을 위반해도 조합 결정에 따라 해당 입찰이나 제안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조합원에게 최상층 등 이른바 ‘로열층’ 세대를 분양하겠다는 제안을 금지하는 조항 △시공사에 무한 책임준공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 등이 있다.
논란은 일조권·조망권 시뮬레이션 조항에서도 불거졌다. 입찰 참가 예정 건설사들에게 관련 자료를 조합 지정 외부업체에 사전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기밀 유출과 공정성 훼손 우려가 커지자 성동구청이 이례적으로 해당 문구 삭제를 요청했고, 조합도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의혹은 여전하다. 실제로 조합원 단체방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현 지침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대의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부결시켜 독소조항을 재검토한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혹은 조합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관할 성동구청에는 “조합 집행부가 특정 업체와 유착해 조합원을 기만하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한 조합원은 “만약 이번 사안이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구청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찰지침이 졸속으로 마련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합원들은 조합 이사회는 단 한 차례의 심도 있는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회의 당일 CM업체의 구두 설명을 약간 듣고 곧바로 지침안을 의결해 대의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는 것.

조합 내부에서는 “특정 건설사에 유리한 안건을 밀어붙이려고 절차까지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조합원은 “조합 임원들이 우리 모르게 특정사와 내통해 입찰 조건을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입찰지침이 특정 건설사에 편향됐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성수1구역에 관심을 보이던 다수 대형 건설사들은 입찰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조합에 공식 공문을 보내 “과도하고 일방적인 제한이 많아 정상적인 제안이 어렵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H사가 보낸 공문./조합원 제공
H사가 보낸 공문./조합원 제공

H사가 보낸 공문./조합원 제공
H사가 보낸 공문./조합원 제공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G사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형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조합원 설명회를 열고, 논란이 된 조항들을 해명하며 조합 집행부 옹호에 나선 것이다.
한 조합원은 “다른 건설사들은 손사래를 치는데, 그 회사만 지침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이 더 의심스럽다”고 했다.

/조합원 제공
/조합원 제공
실제로 조합원 다수는 이러한 해명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등을 돌렸다. 조합 안팎에서는 “조합 임원 향응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특정 건설사가 조합을 두둔하며 홍보전에 나선 것은 결국 이번 특혜 지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 제공
/조합원 제공
정비사업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침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공공관리제 하에서도 지침을 이용해 경쟁사의 참여를 막을 수 있다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특정사를 위한 지침을 앞세워 수의계약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과거에도 입찰지침에 편향된 조항을 넣어 경쟁사를 탈락시킨 뒤, 유찰을 거쳐 수의계약을 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은 다가오는 대의원회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한 조합원은 “대의원회에서 입찰지침을 부결시켜 조합원들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며 “접대 사건과 지침안을 통해 드러난 그 건설사의 본심은, 그동안 내세운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던 태도와는 전혀 달라 큰 실망을 느꼈다. 지금 이 지침안을 지지하는 쪽은 조합 집행부와 그 회사뿐”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대의원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현 지침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쟁사들이 발을 빼면 두 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침안 강행이 사업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되레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지금 철회하고 공정한 조건으로 재입찰을 진행한다면, 연내 시공사 선정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성수1구역 대의원회의 선택은 2조 원대에 달하는 거대 재개발 사업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집행부와 특정사 유착 의혹 속에서, 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지켜내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정비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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