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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연예인들은 왜 공황장애에 잘 걸리는가

입력 : 2025-09-15 08:42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연예인들은 왜 공황장애에 잘 걸리는가
내가 몰라서 그랬는지 한 20년 전만 해도 ‘공황장애’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식으로 정신병리학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에 미국정신의학회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정의된 지 30년 밖에 안 된 병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건 연예인들이 여기저기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면서부터입니다.

인터넷이 없을 때 연예인들은 진짜 ‘스타’였습니다. 가까이 갈 수도 없고 속속들이 알기는 더더욱 어려운 그야말로 하늘의 ‘별’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그 ‘별’들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가상 공간에 가두었습니다. 대중은 가상공간의 스타를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됐습니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단역 연기자가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됩니다.
눈물로 고백하는 ‘깜짝스타’의 힘들었던 무명시절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관계는 여기까지입니다.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좋은 시절이 지속되는가 싶다가 어느 순간 물어뜯기 시작합니다. 음주운전, 학폭, 갑질 같은 조금이라도 허튼 모습을 보이면 바로 나락입니다. 촬영 중인 영화가 엎어지거나 다른 연기자로 바뀌고 방송 출연은 언감생심입니다. 계약 중인 광고는 중단되고 위약금을 놓고 광고주와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요즘은 스타가 되려면 이런 팬들의 폭력적인 관심의 희생양이 되는 걸 각오해야 합니다.

연예인들의 느닷없는 공황장애 고백은 바로 이런 대중의 ‘감정폭력’에 대한 ‘항복 선언’ 비슷합니다. ‘나 정말 힘들게 먹고살고 있으니 제발 괴롭히지 말라’는 호소입니다. ‘정신장애’는 웬만하면 숨기려고 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치부되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감정폭력’ 또는 ‘감정과잉’ 상태는 어떤 형태로든 누그러뜨릴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에서 지구를 처음 바라본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로 귀환한 후 인생관이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새로운 관점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망효과(Overview Effect)’라고 하는데 주로 인류에 대한 연민과 공동체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경, 종족, 이념도 존재하지 않는 작은 행성에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 같은 겁니다.
서울 대림동에서 찍었습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을 객관화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체계가 수명을 다했다고 보면 됩니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숨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상대화시킬 때가 됐다는 겁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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