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는 팀에 따라 144경기를 모두 마쳤거나 한두 경기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어쨌거나 페넌트 레이스는 오늘내일 사이에 모두 마무리가 됩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명문 구단 LA다저스의 전설적인 감독 토미 라소다는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라고. 하물며 남들보다 한 달쯤 먼저 야구를 끝내야 하는 팀과 팬들의 슬픔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5위와 4위 팀이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최종 우승팀이 결정되는 한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은 한 해 프로야구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선수들은 이 날을 위해 유난했던 올해 그 뙤약볕 아래서도 던지고 치고 달리고 굴렀습니다. 팬들도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성적에 따라 함께 웃었다 울었다 화냈다 안도했습니다. 오늘 져도 내일 기회가 있는 게임과 오늘 지면 내년 봄으로 넘어가는 게임은 다릅니다.
5위 이하 팀의 팬들에게 10월은 분노와 한숨과 부러움의 시간입니다. 만년 하위 팀 자이언츠 팬들은 ‘이번 가을엔 야구하자’고 절규했지만 이루지 못 했고 재작년 29년만에 우승했던 트윈스 팬들은 ‘또 한번 유광 잠바 입어보자’고 의욕이 넘칩니다. 지면 당연하고 이기면 좋은, 그래서 스스로 보살이라고 칭했던 이글스 팬들은 올해 제대로 날갯짓 한번 보여주자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팀과 팬의 관계는 부부보다 더 융통성이 없습니다. 이혼은 가능해도 재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어느 야구 광팬의 증언처럼 애증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모자라 추억 미련 자책 원망 미안함 고마움 따위의 복잡하고 난감한 감정들이 뒤엉켜야만 얼추 설명이 가능한 것이 팀과 팬의 관계입니다.
수십년 부대끼며 살아온 부부보다 더 고약한 인연은 어디서 연유된 것일까요. 대개 팬들은 어느 팀을 좋아하게 된 이유로 영광의 기억을 꼽으면서도 그 팀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비참했던 순간까지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던 기억을 꼽습니다.
웃음은 번지고 눈물은 젖습니다. 함께 웃은 기억은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지만 눈물을 함께 흘린 기억은 그렇지 않습니다. 슬픔이란, 혹은 어떤 종류의 아픈 마음은 나눈다고 줄어들지 않습니다. 단지 나누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다고 느낄 뿐입니다. 그래서 야구팀 팬들은 대체로 전성기에 늘어나고 암흑기에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함께 웃고 눈물 흘린 기억이 켜켜이 쌓인 이들과는 아무리 마음을 모질게 먹어도 끊어질 수가 없는 겁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