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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맞춤법도 손보자

입력 : 2025-10-16 08:07

[신형범의 千글자]...맞춤법도 손보자
지난 주 ‘표준어 규정’에 이어 우리말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맞춤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말 맞춤법, 너~무 어렵습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대다수의 국민이 틀리고 한국어를 전공한 극소수(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대부분 틀립니다) 사람만 맞게 쓰는 규범이 과연 언중(言衆)을 위한 맞춤법인가요?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뿌리를 두고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소리대로’와 ‘어법에 맞게’라는 원칙은 고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원칙이라는 게 너무 복잡하고 예외가 많아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 언어생활과 동떨어져 생활성과 실용성에서도 괴리가 있어 교육적 부담이 큰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언어 규정의 과도한 표준화는 지역어의 다양성과 언중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맞춤법 규정 때문에 자신만의 말하기 방식을 방해받거나 지역색이 사라진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언어는 자연스럽게 바뀌기 마련인데 사전식 강제 규정보다는 언중의 실제 언어생활을 제대로 반영하는 규칙을 적용하거나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극단적으로 맞춤법 규정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들은 언어의 민주화와 의사소통의 효율 증대, 사회적 역량 강화 같은 논리로 규정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합니다. 언어 사용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줌으로써 다양성과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학술적으로는 맞춤법 규정이 오히려 새로운 언어계층을 만들거나 사회적 소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회언어학적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표기규칙이 없다면 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적어 의미가 모호해질 수는 있습니다. 특히 공문서, 학술, 법률 같은 공식 영역에서의 엄격한 기준과 객관성이 중요합니다. 규범 없는 자유로운 표기는 행정적 오류,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맞춤법 규정은 언어의 일관성과 문서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규정이 너무 복잡하고 대다수 국민이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이므로 ‘규범으로서의 강제성’이 과연 의미가 있나,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완전 폐지가 너무 급진적이라면 규범의 유연성을 확보해 일상 언어에서 관용, 규정 간소화 등 보다 현실적이고 수용이 가능한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맞춤법은 ‘틀림’보다 ‘의미 전달’과 ‘상호이해’가 우선이라는 언어철학적 정신이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우선 맞춤법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적 평가를 자제하고 맞춤법 안 지켰다고 그 사람의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분위기도 없어져야 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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