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문자 한두 번, 선물 한 번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이쯤에서 그 행동이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지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스토킹 범죄는 단순히 악의적인 괴롭힘에 국한되지 않는다.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반복적 접촉과 접근도, 상대가 불쾌하거나 두려움을 느꼈다면 법적으로 스토킹으로 처벌될 수 있다. 2021년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그러한 일상 속 접촉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이 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반복적 접근 또는 연락 시도’를 스토킹으로 정의한다. 문자, 전화, SNS, 선물, 직접 방문 등 행위의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기준은 상대가 ‘그만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행동을 지속했느냐는 점이다. 실제 판례에서도 ‘두 차례 이상 거부 의사를 표현한 후에도 연락을 이어 간 경우’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반드시 악의를 가진 경우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썸을 타던 사이, 연인 관계였던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혹은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들이 법적으로는 명확한 스토킹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지막으로 한 번만 얼굴을 보자”며 학교나 직장을 찾아간다든가, 읽지 않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거나, SNS에 댓글을 반복해서 다는 행위 등은 모두 스토킹 구성 요건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스토킹 범죄는 단순한 괴롭힘을 넘어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전조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여러 건의 강력 사건에서 가해자는 범행 이전 수차례 피해자에게 접근을 시도하거나 연락을 지속한 전력이 있었다. 이에 당국은 스토킹 범죄 초기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경찰은 반복되는 스토킹 행위에 대해 긴급 응급조치를 통해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고, 법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와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법적 처벌 수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 스토킹의 경우에도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다면 형량은 더 높아진다. 여기에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병행되는 경우, 가해자는 형사처벌 외에도 금전적·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스토킹 문제의 핵심은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행동의 결과'에 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항변은 법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피해자가 불안이나 공포를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처벌의 근거가 된다. 실제로는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라도, 상대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대표변호사는 “스토킹은 특별한 사람들만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다. 사소해 보였던 행동이나 일방적인 접촉 시도도 법적으로는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한 번 더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