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야구는 끝났지만 시즌 중에 결정적 분수령이 됐던 짜릿한 게임이나 재미있었던 장면을 가끔 찾아보곤 합니다. 특히 미국 월드시리즈를 보면서 새삼 일본 야구의 저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LA다저스는 사실상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이 세 명이 이끌었습니다. 한때 우리가 부족한 실력을 근성으로 부딪혀볼 만했던 일본 야구는 이제 범접할 수 없는 ‘넘사벽’이 돼버렸습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만 해도 올해 개막 때 이름을 올린 일본인 선수는 12명인데 비해 한국선수는 3명에 불과합니다. 일본야구가 강한 비결이 뭘까요. 근본이 되는 학생야구를 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 고교 야구부는 4천팀 정도입니다. 100팀도 안 되는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양적인 차이도 그렇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일본은 유소년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타플레이어가 나옵니다. 학생 대부분이 운동부와 동아리의 중간 형태인 부카츠(部活)에서 활동합니다. 프로선수를 목표로 하는 학생도 있지만 학창시절의 낭만이나 취미로 운동하는 학생이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교 야구부원이 100명 정도인데 프로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도 있지만 트레이너, 의사, 마케터 등 다양한 목표를 갖습니다.
운동부가 ‘외길 인생’을 강요하지 않으니 학생들은 큰 부담 없이 부카츠 활동을 이어갑니다. 주목할 점은 부카츠 부원이라도 아카텡(赤点)이라고 하는 낙제점수를 받으면 부카츠 활동이 금지되고 졸업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학생선수’를 보는 관점이 좀 답답합니다.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라는 장치를 두고 있는데 학생선수가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기본 역량을 습득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고교생은 국어 영어 사회 과목에서 같은 학교 동학년 각각 평균점수의 30%는 넘겨야 대회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학년평균이 70점이면 최소 21점은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온라인으로 보충수업을 받으면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체육계 한편에선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운동에 전념하지 못해 제 2의 박찬호 추신수 이정후 같은 선수들이 나올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직업선수로 진출하는 비율이 극히 낮은 현실에서 최소한의 학력도 보장하지 못한다면 훨씬 더 많은 ‘학생선수’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실제로 우리 고등학교 야구부는 대부분 엘리트선수를 목표로 합니다. 직업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지요. 매년 고교와 대학 졸업생 선수가 약 1200명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선수는 100명 남짓, 10%도 안 됩니다. 해마다 1천명 넘는 학생선수들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운동 잘하는 학생과 또 운동을 좋아하지만 운동으로 직업을 가질 수 없는 학생들 모두 살 수 있는 제도와 지원 등 뒷받침이 있어야 할 텐데요. 현장을 잘 모르니 매번 이렇게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만 하게 되네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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