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국민연금 환헤지는 노후 자산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 워크"...환율, 이 총재 발언에도 '시큰둥'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세에 대해 "과거 위기 때와 달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르더라도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올라도 금융리스크를 걱정한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환율이 오르는 것은 한미 금리차 때문도 아니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서도 아니다. 외국인은 오히려 채권을 사고 있다"며 "오직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독특한 쏠림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 논의와 관련해 "국민연금을 동원해 노후 자산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희생시킨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한은, 기재부와 협력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국민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도 큰 변동이 없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료=NAVER, 하나은행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주간 종기보다 2.9원 오른 1468.5원에 개장한 이후 오후 1시 현재 1466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외환시장은 여전히 정부와 외환당국의 발언에 대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비줄이 8월 기준 41%에 불과,개인과 기관의 절반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블룸버그통신 NH선물
이 총재는 고환율 지속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환차익으로 수익을 내지만, 내수 업체와 서민들은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의 피해를 입는 등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바람직한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4연속 동결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환율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금리만으로 환율을 잡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3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인하 기조가 사라진다고 해서 환율이 크게 안정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현재 환율 상승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