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간 기준으로 역대 네 번째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비트코인이 연간 기준으로 올해 역대 네번 째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료=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 추이, 블룸버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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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간) "과거의 세 차례 연간 하락은 암호화폐 업계의 대형 추문이나 산업 붕괴 등의 사건과 맞물렸지만, 이번 연간 하락은 그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첫 약세장"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1일 개당 종가 기준 9만4771달러에서 출발해 10월 초 12만6000달러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싱가포르에서 현지시간 17일 정오 기준 8만71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와 대비해 가격이 약 8%로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이전 3번의 연간 하락세는 2014년(-57.5%), 2018년(-73.8%). 2022년(-64.3%) 때 기록됐다.
해당 연도는 모두 비트코인에 큰 악재가 있었던 시기였다.
2014년에는 해킹으로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문을 닫았고 2018년엔 ICO(신규 암호화폐 발행) 거품이 터졌다. 2022년에도 FTX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잇달아 도산하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올해는 반대로 호재가 많았다. 가상화폐 옹호론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했고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지니어스법도 미 의회를 통과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180개가 넘는 기업들이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게티 이미지
그러나 지난 10월 초 고점 이후 비트코인은 하락세로 돌아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헤지펀드 '아폴로 크립토'의 프라틱 칼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수많은 긍정적 촉매가 있었지만, 시장이 힘을 전혀 받지 못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하락세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으로 극단적 레버리지(차입금)를 지목했다.
지난 10월 10일 190억달러(약 28조1000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베팅 물량이 청산되면서 시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시장 주체인 '고래'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며 가격 압박이 계속됐고 거래량은 급감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현재 시장은 대부분 관망세를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시장 분석 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큰 가격 변동 없이 대형 거래를 흡수하는 능력 지표인 '시장 깊이'(Market Depth)도 올해 고점 대비 약 30%가 줄어든 상태다.
칼라 매니저는 "기존 고래들의 매도가 상승 모멘텀을 확실히 꺾어 놨다"며 "업계가 스테이킹 기능이 포함된 상장지수펀드(ETF) 등 규제 관련 원했던 모든 것을 받아 냈지만, 가격이 따라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는 2020년 부채와 채권 발행을 통해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클 세일러 공동창업자. 사진=게티 이미지
데이터업체 비트코인 트레저리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100개 기업 중 65% 정도는 비트코인을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이 추가 하락할 경우 지난 달 5개 기업이 비트코인을 1883개를 일시에 내다파는 사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이브마인드 캐피털의 매트 장 창업자는 대형주 위주의 S&P500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보유할 여력이 있는 반면 보다 재무 상황이 열악한 기업들의 경우 가상화폐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눈물을 머금고 내다 파는 '다윈적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