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종균 기자] 전세금반환소송 과정에서 임대인의 변제공탁 사례가 늘고 있다. 변제공탁은 채무 소멸 수단이지만, 공탁원인과 전액 공탁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가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세금반환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임대인이 변제공탁을 통해 채무 소멸을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2일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에서 변제공탁은 소송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공탁의 효력이 부정돼 오히려 분쟁이 길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돈을 직접 지급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때 법원 공탁소에 금액을 맡겨 채무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단순히 전세금반환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공탁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변제공탁이 유효하려면 민법 제487조에서 정한 공탁원인이 존재해야 한다. 임차인이 보증금 수령을 거절하는 수령거절, 소재불명 등으로 수령이 불가능한 수령불능, 채권양도 등으로 채권자를 특정할 수 없는 채권자 불확지가 이에 해당한다. 단순히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공탁원인이 인정되지 않는다. 공탁에 앞서 적법한 변제 제공도 선행돼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임차인이 수령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여 번복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변제 제공 없이도 바로 공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93다42276 판결).
전세금반환소송에서 변제공탁의 또 다른 쟁점은 채무 전액 공탁 여부다. 보증금 원금뿐 아니라 공탁 시점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도 포함해야 한다. 일부 금액만 공탁하는 경우 채권자가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2011다11580 판결에서 일부 공탁의 효력을 엄격히 판단했다. 다만 부족액이 극히 근소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성을 인정한 98다17046 판결도 있다. 결국 변제공탁은 금액 산정 단계부터 정확성이 요구된다.
반대급부 조건의 적법성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명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대법원은 92다8712 판결에서 명도를 반대급부 조건으로 붙이는 것은 유효하다고 봤다. 그러나 ‘건물을 명도했다는 확인서를 첨부할 것’과 같이 선이행을 요구하는 조건을 붙이면 공탁이 무효가 된다고 91다27594 판결에서 판시했다. 또한 공탁은 채권자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 공탁소에 해야 하며, 적법한 공탁은 공탁금 납입 시점에 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엄정숙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각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전에 정밀하게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