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에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럴 때 흡연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화장실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런 걸 ‘화캉스’라는 신조어로 설명합니다.
‘화캉스’는 화장실과 바캉스를 합한 신조어로 업무 중간에 화장실에서 짧게 휴식을 취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저마다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타인의 시선과 업무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화장실은 업무공간에 속해 있는 부속시설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영역입니다. 시간을 따로 정할 필요도 없고 문을 잠그고 혼자 있으면 저절로 독립된 공간이 확보됩니다. 요즘은 화장실을 쾌적하게 꾸며 놓은 직장이 많아 심리적 완충지대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조건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물리적 고립감이 주는 안정과 치유의 시간은 바쁜 업무환경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상쾌함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화캉스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공유되는데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공간이다. 잠깐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긴장이 풀린다”고 고백하는 직장인도 봤습니다.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분이 아닌데도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느낌이라며 정신적인 여백과 힐링의 후련함으로 재충전하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캉스 트렌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업무와 일상이 뒤섞인 사회의 구조적 부산물로 해석합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보면 화캉스는 요령을 피우거나 게으름의 표출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적응으로 봐야 합니다. 과도한 자극과 압박 속에서 잠깐이라도 외부 환경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짧지만 정서적 안정을 얻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경향은 현대 직장인들이 휴식을 갖는 방식이 점점 더 비가시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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